일간스포츠에 <임꺽정> <수호지> 등 숱한 명작을 장기간 연재한 만화가 고우영 씨(65)의 꿈사례이다. 고씨가 신문 첫 데뷔작인 <임꺽정>을 연재하기 직전인 1971년 하반기의 일이다. 당시 고 씨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저 동화책에 들어가는 삽화를 아름답게 그리는, 재능 있는 만화가에 불과했다.
한국 만화의 새 지평을 연 일간스포츠는 신문 사상 최초로 연재 만화를 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D-데이를 1972년 1월 1일로 잡았다. 백방으로 수소문 하던 중 고 씨의 그림 솜씨를 인정하고 연재 작가로 낙점했다.
동화 삽화에 심취했던 고 씨는 자신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간스포츠의 성인 연재만화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일간스포츠는 끈질기게 구애를 했다. 고 씨는 3번 거절하고 4번 만에 연재를 승낙했다. 일간스포츠가 던진 ‘임꺽정’이란 미끼가 그럴 싸 했다. 고 씨는 ‘임꺽정’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뿅 갔다’고 한다.
임꺽정이란 반항적 캐릭터와 민초들의 삶이 그의 생리에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조바심을 내며 D-데이를 향해 원고를 해나갔다. 속도를 높여 원고를 하던 그는 잠깐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가 마루에 서 있는데 무지하게 큰 멧돼지가 자그마한 나무 대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쳐들어왔다. 그 멧돼지는 고 씨를 노려봤고, 뒤쪽에선 그의 처자식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얼른 사냥총을 꺼내 멧돼지의 이미를 향해 쐈다. ‘쿵’하는 소리를 내며 멧돼지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네 발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너무 놀란 고 씨는 그 순간 잠에서 깼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니 ‘1972년 1월 1일자’ 일간스포츠가 머리 맡에 놓여 있었다. 처가 갖다 놓은 것이다. <임꺽정> 첫 회가 실린 그 신문을 보며, 그는 순간적으로 ‘길조다’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생생한 꿈, 이어서 연재 첫 회가 담긴 신문. <임꺽정>은 당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그는 이 때부터 부와 명예를 움켜질 기반을 쌓게 됐다. ---요약,발췌. [장상용 기자의 만화가 열전] 스포츠 한국, 2003/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