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史(야사)에 진주에 사는 김진사 가 대낮에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
다. 호랑이가 덤비는 것을 입을 딱 벌렸더니, 그 호랑이가 입속으로 쑥
들어오는 꿈이었다.
그래서 태몽인줄 알고 내실로 부인을 찾아 들어갔다. 입을 꼭 다물
고 부인을 포옹하려하니, 부인이 양반의 체통을 운운하면서 합방할 것
을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렇다고 좋은 태몽을 꾸었다고 말만하면, 호랑이는 입에서 나가버
릴 것같아 별 수 없이 사랑에 나와 앉았다. 때마침 종이 물동이를 이
고 지나가므로 그녀를 끌어 들여 잉태시켰는데, 그 몸에서 낳은 아기
가 훗날 진주병사가 됐다고 전해온다.
이 꿈이 누가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런 꿈이 꾸어지기가 가
능한 것은 꿈에 동물을 삼키거나 음식물을 먹었다해도 그것이 태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아의 상징은 통채로 삼키거나 먹더라
도 다만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만약 태아의 상징물
을 깨물어 삼킨다면, 그 태아는 온전하지 못하고 태아의 상징이 아니
라 태아의 일과 관계되는 꿈이다.
이 꿈이 상징형성의 이치에 합당한 것은 사람의 입은 부분적으로 보
면 집안이나 가문을 상징하고 있고, 입을 벌렸다는 것은 가문을 열어
놓은 것이 된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은 인체를 집으로 간주하거
나 일의 종착점이 되기 때문에 호랑이가 든 것은 집안에 든다는 암시
다.
이 꿈에서 김진사가 꿈얘기를 부인에게 했더라면, 병조판서 하나는
했을지 모른다. 좋은 꿈은 남에게 말하지 말라는 미신을 믿었기 때문
에 더 큰 인물이 되지 못했다.
홍길동전에 있어서 길동의 탄생도 유사하다. 낮잠을 자다가 좋은 꿈
을 꾼 길동의 父(부)가 부인과 관계를 맺으려고 했으나, 부인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侍婢(시비)인 춘섬과 관계하여 길동을 낳는 것으
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고대소설에서 영웅의 출생은 태몽
에서부터 남과 다른 비범함이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