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의 이야기들은 용꿈의 신비스러움으로 과거에 급제할 것을 예지해
주는 꿈들이다. 문헌에 전하는 꿈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용꿈이, 구비
전승 되어온 이야기에서는 한결같이 용꿈이야기를 화소(話素)로 과거에 급
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마치 고대소설의 진행처럼 상투적이고 도식화되
어 있음을 알 수 있겠다.
① < 용이 몸을 감는 꿈 이야기>
과거시험 보러 올라가던 선비가 하룻밤 묵어가는 집에서 꿈을 꾼다. 꿈에
어느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구경하다가 그 아래 옹달샘에 빠졌는데, 샘에서
청룡·황룡이 나오더니 제 몸을 칭칭 감아 올리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과거길을 가다가 꿈속에서 보았던 곳을 올라가 구경하던 중, 한
낭자를 만나게 되고, 낭자의 戀情(연정)을 알게 되어 찾아가니, 때마침 과
거시험관의 딸이었던 낭자의 도움으로 과거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다.
-----구비문학대계 8-9.505쪽.
② < 청룡이 몸에 감긴 꿈 >
아내를 둔 착한 선비가 과거 길에 나섰는데 異人의 도움을 얻게 된다. 시
관의 딸인 청상과부는 꿈에 청룡이 몸에 감기는 꿈을 꾸고, 냇가에서 빨래
를 하면서 기다리던 선비를 만나게 된다.
선비는 시관인 장인의 도움으로 과거에 급제하게 되어 두 부인을 데리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비문학대계 2-7.47쪽.
③ < 용꿈 꾸고 도승지된 선준채 >
선준채라는 분이 있었어. 원래 학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씨앗 장사를 했
었거든. 그런데 하루는 꿈을 꾸는데 자기 집에서 용이 올라가는 꿈을 꾸었
어.
그래 과거를 보러가기로 했어. 여기 전라도에서 서울로 과거보러 올라가는
데 걸어간다는 것이 수원까지밖에 못 갔어. 그런데 마침 큰비가 내려 나라
에서 시험을 이틀을 연기했어.
그래 서울로 들어가던 날이 알성과(임금이 성균관 문묘의 공자 신위에 참
배한 후에 친임해서 보던 과거)가 있는 날이야. 이곳 보성에서 과거보러 올
라온 일가 분들이 있었어. 그래 여기서 한 구절, 저기서 한 구절 적어 글을
올렸어.
그날은 임금이 친임을 해서 결정하는 날인데 임금이 일일이 다 볼 수 없
잖아. 처음에 쏙 뽑은 것이 이 분 것이었어. 그래 급제해서 나중에 도승지
까지 올랐어. ----구비문학대계 6-12.30쪽.
④ < 하늘이 용꿈으로 돌봐 준 사람 >
홀어머니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식을 가르쳤어. 과거를 보러 떠나야 되는
데 가난해서 돈이 없어.
그래 어머니가 머리를 짤라 팔아서 얼마 마련해 주었어. 그래 이 아들이
먹과 붓을 사려고 가게에 갔어. 한데 가게 주인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여보세요"
하고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어.
한데 꿈속에서 청룡이 뒤틀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꿨어. 그래 신기한
나머지 돈도 받지 아니하고 좋은 것으로 골라 주었어.
과거시험을 보기까지 이렇게 여러 사람의 꿈에 청룡이 올라가는 꿈을 꾼
직후에 선비가 나타나자, 서로들 도와줬어. 그래 과거에 급제 후 도와준 여
러 사람에게 신세를 갚고 어머님과 잘 살았다고 해.-------구비문학대계
5-5. 704쪽.
⑤ < 용의 꼬리를 받쳐주는 꿈 >
옛날에 서울 대감 집에 몸종으로 있는 처녀가 있었어.
하루는 꿈을 꾸는데 못에서 용이 나와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꼬리가
땅에 붙어서 올라가지를 못하고 있는 거야. 그래 이 처녀가 손으로 받쳐주
니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어. 깨고 나니 꿈이라. 그거 참 이상스럽다 .
한데 가까운 곳에 못이 있었어. 그래 빨래거리를 들고 나가 빨래를 하고
있으려니까 석양 무렵쯤 되어서 웬 선비가 괴나리봇짐을 해 짊어지고 지나
가고 있었어.
한데 거의 다와서 처녀가 빨래하는 거의 곁에서 미끄러져서 한 발이 물에
빠져버리는 거야. 그래 꿈을 꾼 일도 있고 해서 이 처녀가
"버선을 벗어주면 빨아드리죠"
선비가 괜찮다고 하는 것을 우기다시피 해서 뺏어서 빨아 주었어. 그래
인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어디로 가시는 길이시냐"
"과거보러 올라오는 길이오"
"그러시면 다른데 가실 것 없이 저를 따라 오세요"
하면서 자기가 있는 대감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자기 방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어.
다음 날 과거보러 나가는 남자에게 뭐 해줄 것이 있어야지. 그래 눌은밥
을 긁어 가지고 싸 줄려고 했어. 쌀 종이를 찾다가 없어 대감 방에 들어가
보니, 마침 대감은 없고 벽에 종이가 꽂혀 있는데 괜찮아 보인다 말야. 그
래 그것으로 싸서 "가지고 가서 시장하거든 드세요"하면서 건네줬어.
선비는 과거 시험장에 도착해 글제를 받고 고심하는데, 점심시간이 되어
남 보기에 부끄러워 한 쪽 구석에 가서 누룽지를 펼쳐놓았는데, 먹다가 보
니 종이에 글이 적혀 있는 것이 오늘 과거의 글제가 아닌가. 그래 그 글귀
를 그대로 적어 내고 나왔어. 시관이 보니 글이 아주 좋거든. 그래 과거에
급제했어.
한편 대감은 시관에게 시제를 귀뜸받고 자기의 생질에게 줄려고 글을 지
어 놓았어. 한데 아침에 변소에 갔다오니 없어졌거든. 누가 가져갔으리라고
는 생각도 못하고 다른 곳에 둔 걸로 생각했어.
그날 저녁에 처녀를 불러 물어보니, 여차여차해서 꿈을 꾼 이야기로부터
종이를 누룽지에 싸 준 이야기까지 다 말씀드렸어.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허, 천상 그 선비가 과거에 급제할 운이다"
하면서 사람을 시켜 그 선비를 찾아 오랬어.
"이 처녀 덕분에 과거에 급제했으니, 장가들어 잘 살아라"하면서 결혼시켰
어. 둘이 잘 살았다고 해. -----구비문학대계 7-3.311쪽
⑥ < 과거에 급제한 머슴 >
어렵게 살던 사람이 꿈에 평촌 샘물이 홱 뒤집어지고 청룡이 한 마리 올라
가는 꿈을 꾼 후에 과거에 급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구비문학대계
6-3.237쪽.
또한 과거급제에 관한 꿈이야기로, 매몽이야기에 나오는 자신의 수고로움
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술을 퍼 마심으로써, 용꿈을 물려받는 < 술독의 술
퍼먹고 급제한 선비> 이야기를 들 수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비전승의 꿈이야기에서는 주로 등장인물이
착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복받는 내용이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