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부가 용꿈꾸고 남편 얻다 >
앞에 나온 이야기와 유사하다. 원 제목은 묘시하관에 인시발복지 이나 내
용에 맞게 바꿔 적었다. 구전되면서 저마다의 윤색이 더해지고 있음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 집안이 어려워 장가도
못 들고 주인집에서 먹다가 남긴 밥으로 홀어머니를 십여년 간을 봉양했어.
집이 마을과 떨어진 산밑에 있었어. 하루는 밥을 모아 집으로 왔더니 어머
니가 돌아가신거야.
그래 울다가 지쳐 있는 사람처럼 병풍도 둘러치지 못하고 아랫목에 거적을
치고 모셨어. 그렇게 얼마쯤 있으니까 "누구 있소"하고 누가 문밖에서 찾는
거야.
나가보니 두 사람이 "우리는 묏자리 잡으러 다니는 사람인데 날이 저물고
해서 신세 좀 지려고 하오"하는거야.
"아, 죄송하지만 모친상을 당해 시체가 방에 누어 있으니 어떻게 여기서
주무시겠소. 저 아래 동네에 가보시지요"
"아 상관 없소, 혼자 있으면 더 외로우니 같이 지내면 어떻겠소"
"정 그러시다면 들어오십시오" 그래 안으로 들어와보니 정말로 집안 꼴이
말이 아니거든.
"아 이 사람아. 자네 처지가 안됐으니 내 하는 얘기인데 내가 좋은 묏자
리 하나 봐 두었는데 삼년이면 발복하네. 거기다 묘를 쓰도록 하게"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야, 이 사람아. 이 딱한 처지에 어떻게 삼년까지
발복을 기다리고 있겠는가. 나는 오다가 석달만이면 발복하는 묏자리를 보
아뒀네"
그러는 찰나에 밖에서 "주인 있소"하고 누가 찾는단 말여.
나가보니 웬 스님이 "지나가다가 날은 저물고 해서 하룻밤 쉬어가려고 찾
아왔소"
"죄송하지만 어머니 상을 당하고 이렇게 누추한 집에 들어오실 수 있겠느
냐"
"아 상관없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오, 내가
더는 못 가겠소"
아 그래 방안에 들어오니 먼저 와 있던 사람 둘이 삼년만에 발복이 든다,
석달 만에 발복이 된다고 그런다 말여.
그러니까 이 노스님이 한다는 소리가 "여보쇼, 지금 이 사람 형편이 이렇
게 딱한 처지인데 장차 아무리 잘 된다하더라도 삼년이 뭐고 석달이 뭐요.
내가 인시하관에 묘시발복지를 알고 있소.(인시는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며
묘시는 5시부터 7시까지를 가리킴) "
"그러면 대사님 말씀대로 합시다"
날이 새자 네 사람이 산에 올라가 하관을 하고 마땅한 제물이 없어 머슴
이 마을에 넉넉한 집으로 사정을 이야기하려고 도움을 청하려고 내려갔어.
마을에 넉넉하게 사는 수절과부가 있었어.
이때 과부가 꿈을 꾸는데 청룡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어. 그래 내
가 남편만 있으면 큰자식을 날 꿈이다 라고 생각해서 여느 때 닫고 자던 대
문을 열어 놓았어.
그래 마침 문이 열려있는 과부댁에 들어가니 "그 누구세요" "아 저 산밑
에 사는 머슴 총각이요. 어머니 상을 당해 제물을 얻으려고 하는데 도와주
십시오"
과부가 생각하기를 꿈이 하나도 안 틀린다고 생각해서, 방안으로 불러들여
통정을 했어.
그리고 나서 제물을 정성껏 준비해 산으로 올라가니, 대사가 말하기를
"저 부인도 머리풀고 곡하지 그려" 하면서 "보라고 금시 발복했지"하니,
두 사람이 "참말로 그렇구먼" 그리하여 어머니 묘 잘 쓰고 넉넉한 과부댁
얻어 잘 살게 되었어. 모두 십년간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공덕이여.
(원 이야기에는 연장을 빌리려 과부댁에 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필자가
임의로 바꾸어 옮겨 놓았으며 약간의 이야기를 삽입했음.)---구비문학대계
5-6.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