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자들의 꿈이야기>
*대신 꾸어준 돼지꿈으로 1천만원 당첨
『직장 동료 집에 아는 사람 다섯명이 모여 있었어요. 라면을 끓여
먹자는 얘기가 나와 후배가 라면을 사러가겠다고 나서는데 가기 싫어
하는 눈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대신 갔죠』
송기진씨는 이렇게 해서 간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라면 10개를 샀
다. 5,000원을 내니 500원이 남았다. 껌이라도 가져갈까 하고 집어드
는데 순간복권 생각이 났다. 4회차 관광복권을 한장 받아든 송씨. 그
자리서 긁었더니 1,000원 당첨이 되었다. 이것을 다시 2장의 복권과
교환, 1,000원, 500원 당첨권이 또 나왔다.
다시 바꾼복권 3장. 세번째 긁는지라 이번엔 스릴이 좀 덜했다. 빨
리 긁고 가자는 생각에서 3장을 한꺼번에 긁고 쫙 훑어보다가,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띄었다. 관광복권 3장중 금관그림이 있는 가운데장이
좀 이상했던 것.
행운숫자가 아래의 숫자 하나와 맞아떨어지고 있긴 한데, 당첨금란
의 글자 「일천~」다음에 분명 「만」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복권을
보고 또 봤다. 확실했다.「일천원」이 아니라 「일천만원」이었던것이
다.
이것이 5월 말,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의 일이었다. 평소엔 주인아저
씨와 아주머니가 함께 있곤 했었는데 그날은 아주머니만 편의점을 지
키고 있었다. 좋아서 정신이 없던 송씨는 곧 마음을 가라앉혀 당첨권
과 라면을 들고 다시 동료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사람들과 어울려 라면을 끓여먹었다. 복권당첨에 흥분이 되고 자랑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당첨사실은 유일하게 여자친구(23)에게만 알렸다. 『아마도 신이
필요한 사람 도와주라고 이런 행운을 준 것 같습니다. 당첨 다음날 여
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언니 집에 불이 났다는 거예요. 다행히
언니가족들이 시골에 내려가 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보험도
안 들었는데 집이 완전히 다 탔다고 했습니다.』
송씨는 세금을 제하고 받은 당첨금780만원중 500만원을 선뜻 여자친
구 언니를 돕는데 내 놓았다. 미래의 처형이 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
지만 어쨌든 미리 후한 점수를 얻는 절호의 기회를 복권당첨이 만들어
준 것이다. 당첨 얼마 후 그는 복권을 산 편의점을 다시 찾았다.
알고보니 송씨의 복권당첨 1등 공신은 바로 편의점 주인 아저씨였
다. 송씨가 당첨복권을 사기 전날 돼지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평소엔
송씨가 복권을 산 그 시간대에 주인 아저씨가 팔다 남은 복권을 긁곤
했는데, 유독 그날은 가게를 비워 주인 아저씨의 행운을 그가 대신 누
린 것이었다. 송씨는 가게 주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일정금액을 전달하
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송씨는 요즈음직장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있
다. 지금 일을 시작하면서 술, 담배도 끊었고, 무엇보다 일한만큼 보
수를 받을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매력을 느낀단다. 『심심하거나
답답하면 복권을 삽니다. 약방의 감초같은 게 복권이요. 생활의 활력
소가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