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4회 1등 1억5천만원은 청주에 살고 있는 40대 초반의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당첨되었다. 꿈이라도 좋은 날이면 가끔 한 두장씩 복권을
산다며, 아내의 꿈에 끝이 안보일 정도의 큰 구렁이가 나타났다고 한
다.
일찌감치 일을 끝낸 저녁 퇴근길 동료기사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가볍
게 소주를 나누던 중 마침 담배가 떨어져 친구가 담배를 사고 남은 잔
돈으로 즉석복권 8장을 구입, 각기 4장씩 나눠가지고 동전으로 은박지
를 벗겨보니 오백원과 일천원에 각각 1장씩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남은 술잔을 비우고 집으로 가던 도중 조금 전 복권을 구입했던 담배
가게에서 당첨된 즉석식복권을 추첨식으로 교환한 것이 1등에 당첨되
는 큰 행운을 안게 되었다.
<쉬어가는 페이지>
* 복권당첨은 재앙의 시작 ?
다음은 한국일보 [천자춘추]에 실린 민희경씨의 글이다.
영국에 살 때 TV에서 복권이 당첨된 사람들이 출연한 토크쇼를 본 적
이 있다. 두 번 이상 당첨된 사람들만 나왔는데 사회자가 네 번 당첨
되었다는 한 할머니에게 "복권 당첨으로 행복해지셨느냐"는 질문을 했
다. 그런데 할머니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 불행해지셨느냐"
는 질문에 또다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할머니는 처음에 조그만 가게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복권이
당첨되자 남편이 일도 안하고 놀고 먹을 궁리만 해서, 결국 가게를 다
른 사람에게 넘기고 이혼을 했다. 당첨금도 다 써버린 후 두번째 남편
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얼마후 또다시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남편에게 비싼 스포츠카를 사주었는데, 남편은 그 차를 타
고 가다가 사고로 죽었다. 세번째 결혼은 세번째 복권이 당첨되고 나
서 했는데, 이 남편은 돈만 보고 결혼을 했는지 술과 도박에만 빠져서
결국 이혼했다고 했다. 지금 남편과 결혼한 것은 네번째 당첨금을 거
의 다 써버리고 나서라는데, 그 이유는 "돈이 많을때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복권 당첨금 액수를 다 합하면 100만 파운드가 넘는 큰 돈인데 집도
없다고 했다. 없는 것은 집뿐만이 아니었다. 친구와 친척들이 복권 당
첨 때마다 뭔가를 기대해, 아무리 잘해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다가,
모두들 그렇게 큰돈을 탔는데 나한테는 겨우 요만큼 밖에 안 쓰는구
나 하고 섭섭해하는 바람에 다 멀어졌다는 것이다.
문득 몇 년 전에 본 이 TV프로그램 생각이 난 이유는 요즘 복권이 유
난히 잘 팔린다는 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동안의 초고속 성장으로
갑자기 커져버린 우리 경제나 그 와중에서 이렇게 저렇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복권으로 큰돈이 생겨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를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당첨후의 생각은 안 하기 마
련이다. 돈이 많아지면 생활도 달라지고 따라서 생각도 달라져야 한
다. "노력없이 생긴 돈은 재앙의 시작"이라며 복권 당첨금을 안 찾겠
다던 한 영국 할머니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권을 사기전에 당
첨 후를 먼저 걱정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한국일보, 9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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