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에 나오는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여호와, 여호와의 사자, 천사 또는 선지자의 입을 통하여 수태고지를 받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의 위인들 또한 특이한 태몽이 많은 바, 꿈의 예지대로 실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표상별 구분없이 간략히 살펴본다.
< 알렉산더 대왕--자궁에 사자 문장을 보는 꿈 >
올림피아 왕비의 자궁에 사자 문장으로 봉인한 것을 보았다는 필립왕의 꿈은 아들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나 명예와 권세를 획득할 것을 예지한 것이었다.
< 키루스(Cyrus) 대왕--자궁에서 뻗어나간 포도덩굴의 꿈 >
자기 딸의 자궁에서 줄기를 뻗기 시작한 포도 덩굴이 눈깜짝한 사이에 소아시아를 덮어 그늘지게 한 메데스의 아스타야그스 왕의 태몽은 소아시아의 통치자 키루스(Cyrus) 대왕이 탄생될 것을 예지한 꿈이었다.
관련된 글의 신문기사를 요약 발췌하여 다시 살펴본다. 이란 남부 고도 파사르가데에 키루스 대왕의 묘가 있다. 키루스(Cyrus) 대왕의 출생과 성장 과정, 치세 등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쓴 '역사'에 아주 소상히 기록돼 있다. 그는 외조부 태몽대로 외조부의 나라 메디아 왕국을 뒤엎고, 아케메네스 왕조를 세웠으며, 그후 이집트를 제외한 오리엔트(지금의 서아시아) 전지역을 순식간에 정복, 고대사 최후·최대 제국을 이루었다.---[문명의 고향을 찾아서] 이란 파사르가데 <권삼윤 역사여행·문명비평가>. 조선일보.1997.07.02
온 세상을 다 덮는다는 것은 장차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큰 인물이 태어날 것임을 예지해주고 있는 태몽꿈이다. 중국의 고승인 지엄의 꿈에 의상대사가 찾아가기 전날 밤 꿈에, 한 그루의 큰 나무가 해동에서 생겨나 가지와 잎이 널리 퍼져 중국까지 덮는 꿈으로 장차 큰 인물이 신라에서 올 것을 예지한 꿈이나, 김유신의 누이동생의 꿈에서 자신이 본 소변으로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되는 꿈으로 장차 황후가 될 것임을 예지한 꿈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 야율아보기--태양이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 >
거란제국은 야율아보기의 출현으로 실현되었다. 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거란족은 말(馬)을 토템으로 하는 씨족과 소(牛)를 토템으로 하는 씨족으로 이루어졌고, 전자는 ‘야율(耶律)’씨로 후자는 ‘소(蕭)’씨로 불렸으며, 상호 혼인으로 결합되었다. 따라서 ‘야율아보기’란 말씨족 출신으로, 아보기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을 뜻한다. 후일 지어진 이야기이겠지만, 그의 어머니가 태양이 뱃속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출생했으며, 9척 장신의 거구에 300근짜리 활을 당기는 괴력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김호동 교수의 중앙유라시아 역사 기행(12)] 주간조선.
< 파리스 왕자-나무토막에서 불뱀이 솟구치는 꿈 >
널리 알려진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에도 트로이 전쟁을 불러왔던 비극을 초래한 파리스 왕자의 태몽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왕자 파리스는 트로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와 어머니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카베가 태몽으로 나무토막에서 불뱀이 솟구치는 꿈(횃불에서 뱀이 나타나는 꿈)을 꾸었기에, 점을 치자, 장차 아기가 불행을 안겨다 주고, 온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에 파리스가 태어나자 마자, 양치기를 시켜서 이다 산에 버리도록 하였으나, 곰의 젖을 먹으며 살아있었기에, 양치기는 자신이 데려다 키우기로 마음 먹고 파리스를 목동으로 키우게 된다.
한편, 옛날 올림프스 시대(BC 12~13세기) 펠리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날, 이들은 올림프스 신들을 초대했는데, 결혼식과 같은 좋은 날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를 초대하는 것이 찜찜했던 그들은 에리스를 제외한 모든 신들을 초대했다.
이를 알게 된 에리스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들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하객들이 앉은 자리에 황금사과를 하나 던졌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 씌여 있었다. 마침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세 여신이 황금사과를 보고 각자 자기가 가장 아름답다며, 사과의 주인은 자신이라 주장했다.
주례를 맡은 제우스도 이 문제에 판결을 내릴 입장이 아니었다. 헤라는 자기 부인이고, 아테나는 친딸이며, 아프로디테도 바람피워 난 딸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신들을 '이다'라는 산으로 보내어 그곳에서 어머니의 불길한 태몽 때문에 버려져 양치기로 생활하던 파리스에게 심판을 내리게 하였다.
이 세 여신들은 각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파리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명예를, 아프로디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어리석은 파리스는 결국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편을 들어주었다.
결국,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파리스는 오랫동안 양치기로 살다가 성인이 되어 환궁하는데, 결국 태몽의 예언대로 이웃나라 왕비와 사랑에 빠져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고 트로이 멸망의 불씨를 제공하게 된다.
< 페리클리스 --사자 우리에 들어가 사자와 함께 잠을 자는 꿈 >
그리스의 페리클레스의 어머니는 사자 우리에 들어가 사자와 함께 잠을 자는 태몽을 꾸고 아들을 낳았는데, 다른 데는 이상이 없는데 머리통이 이상하더란다. 정수리가 뾰족한데다 세로로 너무 길어서 몸과는 균형이 도무지 맞지 않았던 것. 이러한 기이한 머리 모양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고대에 제작된 그리스인의 두상 가운데, 늘 투구를 쓴 모습으로만 조각되어 있기도 하다.--1997.12.15 <이윤기·소설가>의 글에서. 요약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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