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람(동자) 및 사람 관련의 태몽 사례
태몽에 동자나 사람, 또는 이미 죽은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타나기도 하는 바, 영혼 탄생 전생설화 속에 자주 보이고 있다.
< 이순우의 태몽--작은 아이가 내려오다 >
이순우의 출생몽이다. 작은 아이가 (등주)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받들어 품고 임신했다---[고려사] 권 99. 열전 12.
< 강수(强首)--꿈에 뿔이 달린 사람을 보다 >
강수(强首)은 중원경(현재의 충북 충주시) 사량인(沙梁人)이다. 아버지는 나마 석체(昔諦)이다. 그 어머니가 꿈에 뿔이 달린 사람을 보고 임신하여 낳았더니, 머리 뒤편에 뼈가 불쑥 나와 있었다. 석체가 아이를 데리고 당시 어질다고 하는 사람을 찾아가 묻기를, “이 아이의 머리뼈가 이러하니 어떻습니까?”하니, 대답하기를
내가 들으니 복희(伏羲)는 호랑이 모습이고, 여와(女)는 뱀의 몸이며, 신농(神農)은 소의 머리 같았고, 고요(皐陶)는 입이 말과 같았으니 성현은 다 같은 유(類)로서 그 골상도 보통 사람과 같지 않은 바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머리에 검은 사마귀가 난 것을 보니, 골상법에 얼굴의 검은 사마귀는 좋지 않으나 머리의 사마귀는 나쁠 것이 없으니 이는 반드시 기이한 것이리라!--중략--- 태종대왕이 즉위하였을 때 당나라 사신이 와서 조서(詔書)를 전하였는데, 그 글 가운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왕이 불러 물으니, 왕의 앞에서 한번 보고는 해석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서로 늦게 만남을 한스러이 여겼다. 그 성명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은 본래 임나가량(任那加良) 사람으로 이름은 우두(牛頭)입니다.” 하니, 왕이 말하기를 “그대의 두골(頭骨)을 보니 강수(强首)선생이라 불러야겠다.”하고 그로 하여금 당나라 황제의 조서에 감사하는 답서를 쓰게 하였다. --후략-- 『삼국사기』 권 제46. 열전 제6.
< 김경손--구름사이에서 푸른색 옷을 입은 동자를 품안으로 받는 꿈 >
최항이 또 장군 송길유(宋吉儒)를 백령도(白翎島)에 보내어 추밀원 부사 김경손(金慶孫)을 바다에 던져 죽였는데, 계모 대씨(大氏)의 아들 오승적(吳承績)의 인친(姻親)이었기 때문이다. 경손은 평장사 태서(台瑞)의 아들인데, 어머니 꿈에 오색 구름 사이에서 푸른색 옷을 입은 한 동자를 여러 사람이 옹위하여 품안으로 떨어뜨려 보냈다. 드디어 태기가 있어 낳았기 때문에 처음 이름을 운래(雲來)라 하였다. 머리 위에는 용의 발톱같이 생긴 뼈가 있었고, 성이 나면 수염과 머리털이 모두 일어섰다. 성품이 씩씩하고 중후하고 화평하며 여유가 있었고, 지혜와 용맹이 출중하였다. 귀주(龜州)를 지키고 나주(羅州)를 평정하여 그 공이 비교할 데가 없었는데, 간적(姦賊)에게 해를 당하니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고 아깝게 여겼다.-- 고려사절요 제17권, 고종 안효대왕 4(高宗安孝大王四), 신해 38년(1251),
< 정여립--정중부를 본 꿈 >
정여립(鄭汝立)의 아버지 정희증(鄭希曾)은 대대로 전주 남문 밖에서 살아왔다. 처음 정여립을 잉태할 때에 꿈에 정중부(鄭仲夫)가 나타났고, 날 때에도 또 같은 꿈을 꾸었다. 친구들이 와서 축하하였으나, 그는 기뻐하는 빛이 없었다.--후략.《혼정록(混定錄)》---『연려실기술』 제14권 선조조(宣祖朝) 고사본말(故事本末) 기축년 정여립(鄭汝立)의 옥사(獄事)
이처럼 조선 중기의 사상가인 정여립(鄭汝立: 1546(명종 1)∼1589(선조 22)의 태몽은 아버지인 정희증(鄭希曾)에게 고려의 무신난을 일으킨 정중부(鄭仲夫)가 나타난 꿈으로 알려져 있는 바, 역모사건으로 자결하게 되는 일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589년(선조 22) 기축년(己丑年) 10월에 정여립이 역모를 꾀하였다 하여, 기축옥사(己丑獄事)의 장본인으로 동인세력이 숙청되게 되고, 전라도 전체가 반역향이라는 낙인을 찍히게 하여 호남출신 인사의 관계 진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 서경덕의 태몽-공자의 사당에 들어가다 >
화담 선생의 성은 서씨요, 이름은 경덕, 자는 가구이다. 어머니가 일찍이 공자의 사당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선생은 태어나서부터 뛰어나 크게 보통 아이와 달랐다. 차차 자라자 스스로 글을 읽는 것을 알아 눈을 거치면 문득 외었으며, 넓게 책을 보고 많이 기억했다.--[해동잡록] 4. 송도기이, 대동야승 제 71권.
태몽에서 공자의 사당에 들어간 꿈에서, 장차 학문으로써 이름이 나게 될 것임을 예지해주고 있다. 또한 이렇게 태몽으로 공자와 관련된 태몽은 꾸었다고 밝히고 있는 위인으로 우암 송시열과 퇴계 이황 선생이 있다.
< 송시열의 태몽-공자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온 꿈 >
송시열의 태몽은 부친(宋甲祚, 睡翁)이 태몽을 꾸었다. 꿈에 공자(孔子)가 손수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의 처가인 구룡촌(九龍村)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명(兒名)을 ‘성인이 주었다’는 의미로 ‘성뢰(聖賚)’라고 지었다. --서수용, 종가기행 [54] 恩津 宋氏 尤菴 宋時烈 (은진 송씨 우암 송시열).
우암(尤菴) 송시열(1607～16895)의 본관은 은진. 아명은 성뢰(聖賚). 자는 영보(英甫), 호는 우암(尤菴), 화양동주(華陽洞主),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 퇴계 이황의 태몽-공자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온 꿈 >
퇴계 이황(李滉) 선생의 태몽은 어머니인 춘천 박씨가 꾸었는데, 공자가 집에 왕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퇴계 태실에 가면 솟을대문 위로 성림문(聖臨門)이라는 현판과 아울러 기문이 게판되어 있다. 조선 시대의 태몽 가운데 단연 최고는 ‘공자 꿈’이었을 것이다. 이들 두 분 선현이 공자의 꿈으로 태어난 것이다. 후일 두 분은 모두 많은 제자를 거느렸으며, 학문적 성취와 아울러 문묘에까지 배향되었다. ---서수용, 종가기행 [54] 恩津 宋氏 尤菴 宋時烈.
참고로 필자가 사는 곳은 춘천시 퇴계동(退溪洞)이다. 우편번호 검색을 해보면, 전국에서 퇴계동은 여기 하나밖에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황의 호인 퇴계(退溪)와 같은 한자를 쓰고 있기에, 춘천의 퇴계동의 이름이 퇴계 이황의 어머니 춘천 박씨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 같다.
< 김득신의 태몽--노자를 본 꿈 >
김득신(金得臣)은 그의 태몽으로 노자를 보았다하여 노자의 이름인 담(聃)을 따서 ‘몽담(夢聃)’이란 아명을 지어 주었다. 어머니가 태몽에 노자를 보고 낳아, 그의 아버지가 대성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김득신(金得臣)은 아홉 살에야 겨우 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처음 시를 지은 때가 스무 살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둔재성을 이겨내기 위해 ‘무조건 외우기’라는 가장 무식한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결국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백이전(伯夷傳)’만 1억1만3000번을 읽었다는 김득신의 피나는 노력에 대하여 황덕길은 “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부족한 재능은 없다”고 평하고 있다.-- [CEO와 책 한 권] ‘대충대충 시대’를 혼내는 매서운 채찍 성신제 성신제 피자 대표이사, 2006.01.18
< 박승(朴承)---부친이 후직(后稷)의 방문을 받는 태몽 >
학천(鶴川) 박승(朴承:1520∼1577)은 벼슬길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순수한 처사로서, 그가 태어나던 날 부친이 중국에서 농신(農神)으로 추앙 받고 있는 후직(后稷)의 방문을 받는 태몽으로 태어났다--학천집(鶴川集)
< 용성선사--법의를 입은 스님이 방안에 들어오는 꿈 >
용성선사는 장수 출신이다. 그의 속성은 백씨이며, 본관은 수원이다. 그의 속명은 상규이고, 법명은 진종이다. 용성선사는 그의 법호이며, 선사는 그의 불도적 이념과 경지가 가장 뛰어났던 고승에게 붙는 칭호이다. 용성선사는 구한말 이 나라에 풍운이 감돌기 시작한 1864년(고종 1년) 5월8일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서 아버지 백남현과 어머니 밀양 손씨 사이에서 큰아들로 태어났다. 구한말의 고승이자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애국자이며, 한국 근세 불교의 여러 신화적 입지의 경지를 이룬 용성선사의 어머니 손씨가 어느 날 꿈을 꾸는데, 법의를 입은 스님이 방안에 들어오므로 이것이 태몽이 되어 용성선사를 낳게 되었다고 한다.
< 법인국사--범승(梵僧)이 나타나 금빛나는 기과(奇菓)를 건네주는 꿈 >
고려초의 화엄종 승려 법인국사(효공왕 4, 900~ 광종 26, 975) 대사(大師)의 법호(法號)는 탄문(坦文), 자(字)는 대오(大悟), 속성은 고씨(高氏), 광주(廣州) 고봉(高) 출신이다.---중략--- 어머니는 백씨(白氏)이니, 어느 날 밤 꿈에 한 범승(梵僧)이 나타나 금빛나는 기과(奇菓)를 건네주었다. 그로 인해 임신하고 만삭이 되어 탄생하였으며, 아버지 또한 꿈을 꾸었으니 법당(法幢)이 뜰 가운데 세워져 있거늘, 범패(梵唄)가 그 위에 걸려 있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나부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밑에 모인 것이 마치 둥근 담장과 같았다.--[이은정의 문화재사랑]
예지적인 태몽으로 장차 불가에 귀의할 인생길로 나아갈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 진감선사-범승(梵僧)이 아들이 되고 싶다면서 유리병을 주는 꿈 >
진감선사(眞鑑禪師)는 백제 말기(百濟 末期)의 유명한 고승(高僧)으로서, 이 고을 금마(金馬) 출신이다. ---중략--- 선사의 어머니 고씨가 낮잠을 자다가 문득 꿈을 꾸었는데, 한 행덕(行德)이 단정하고 깨끗한 중이 나타나서 말하길 저는 어머님의 아들이 되고 싶다면서 유리병을 주더라는 것이다.
이 꿈을 꾼 뒤에 과연 태기(胎氣)가 있어 선사를 낳았던 것이다.---전주한옥마을 인터넷 사이트.
* 세종의 어머니 민씨가 꾼 태몽-- 어떤 소년이 마을에 집채만한 황소의 두 뿔 사이에 걸린 이글거리는 태양을 꿀꺽 집어삼키더니, 갑자기 민씨의 치마폭으로 뛰어 들었다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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