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 지 초 7일이 지난 어느 날 꿈에 나는 내가 믿는 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네 믿음이 하도 극진하여 내가 네 딸의 이름을 지어 주러 왔다." 수염이 허연 도사 할아버지는 너무도 생생하고 확실하게 나타나서 선몽(현몽)을 하는 것이었다. "너의 이름과 네 딸의 이름을 똑같이 짓고 보면, 그 아이가 장차 큰 일을 할 것이니, 그렇게 짓도록 하여라."
나는 그 꿈을 깨고 나서도 그것이 생시였는지 꿈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선명하여 방 안을 둘레둘레 살펴볼 지경이었다. "왜 자다가 말고 이래?"
애들 아빠가, 넋 나간 사람모양 두리번 거리고 앉아 있는 나를 흔들었다. "참 요상한 꿈도 다 있지요." 나는 조금 전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애들 아빠에게 들려 주었다.
"그래? 거 정말 이상한 꿈이로군. 그래서 좋다면 그렇게 짓지 뭐,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구 ...... 여자 아이가 큰 일을 해 봐야 무슨 큰 일을 하겠누?"
우리 부부는 별다른 기대 없이, 마침 이름도 지어야 할 처지에 그런 꿈을 꾸었으니 이왕이면 좋다는 이름을 짓자하여 내 이름과 같은 향순이로 짓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