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공 하경복은 본관이 진주다. 그 어머니 꿈에 자라가 품속으로 들어왔는데, 금방 태기가 있어 그를 낳았으므로 어릴 때 이름이 왕팔이었다. 어려서부터 기운이 남보다 뛰어 났었다. 무술에 능함으로써 발탁되어 크게 드러났다.
일찍이 동북면을 지킬 적에 야인이 3백 근이나 되는 센 활을 공에게 당겨 보도록 청하는 자가 있었다. 공이 그들을 위하여 술상을 놓고 즐겁게 마시면서 또 말하기를, "이 활의 제도가 심히 묘하다."하고는, 급히 궁수를 불러서 그 모양과 같이 제조하게 하고, 몰래 사람을 시켜서 그 활을 불에 구어 힘이 조금 풀어지게 한 뒤에 조용히 활줄을 당겨 힘껏 버티니, 야인들이 탄복하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였다.---필원잡기 1권.<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