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오래간만에 한 친척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주와 꿈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면서 내가 꿈이 제일 믿을 만한 것이라고 말하자, 누나는 나에게 자식들의 태몽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물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둘째를 임신했을 때, [용이 자신의 허리를 감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때 임신한 아이를 유산시켰으니까, 그 용꿈이 다음에 낳은 둘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은근히 나에게서 좋은 해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용이 허리를 감았는데 아이가 유산되었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그런 예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확해서 확률이나 가능성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이 것이므로, 꿈이 명확하고, 해몽만 잘 한다면 100퍼센트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산된 아이의 태몽이 그렇게 끝날 리를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용이 허리를 감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용이 허리를 감길래 너무도 무서운 나머지 손으로 마구 떼어내서 결국에는 땅바닥에 떨쳐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러면 그렇지!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누나 역시도 꿈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용꿈이라면 무조건 좋은 줄로만 알고 - 유산될 꿈인 줄은 모르고 - 그 꿈이 다음 아이한테나 해당되었으면 하고 있었으니..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꿈은 무슨 꿈을 꾸었느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꿈을 어떻게 꾸었으며, 그 끝이 어떠했느냐? 가 중요한 것이다.
--글: 김하원><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