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에 전하는 선인들의 꿈사례이다. 고구려 태조대왕 90년(서기 142년). 왕이 밤에 꿈을 꾸는데 한 표범이 호랑이 꼬리를 깨물어 잘랐다. 깨어서 그 길흉 여부를 물으니,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호랑이는 백수의 으뜸이고, 표범은 같은 종류의 작은 것입니다. 그 뜻은 왕족으로서, 대왕의 후손을 끊으려고 음모하는 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왕은 불쾌하여 충신인 고복장 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젯밤 꿈에 본 것이 있었는데, 점치는 사람의 말이 이와 같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고복장 이 대답하였다.
“착하지 않은 일을 하면 길(吉)이 변하여 흉(凶)이 되고, 착한 일을 하면 재앙이 거꾸로 복이 됩니다. 지금 대왕께서 나라를 집처럼 근심하고, 백성을 아들처럼 사랑하시니, 비록 작은 이변이 있더라도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그로부터 4년 뒤, 태조대왕 94년(146년) 가을 7월에 왕의 아우인 수성은 왜산 밑에서 사냥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대왕이 늙도록 죽지 않고 내 나이도 장차 저물어 가니 기다릴 수 없다. 주위에서 나를 위하여 꾀를 내어라.” 주위사람들은 모두 “삼가 명을 좇겠습니다.”고 하였다.
겨울 10월에 우보 고복장이 왕에게 말하기를 “수성이 장차 반란을 일으킬 터이니 청컨대 먼저 죽이십시오.” 하니, 왕은 말하였다. “나는 이미 늙었다. 수성이 나라에 공이 있으므로 나는 장차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니 그대는 번거롭게 걱정하지 말라.” 고복장이 말하였다. “수성의 사람됨이 잔인하고 어질지 못해, 오늘 대왕의 선양을 받으면 내일 대왕의 자손을 해칠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다만 어질지 못한 아우에게 은혜를 베풀 것은 알고, 무고한 자손에게 화가 미칠 것은 알지 못하십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깊이 헤아리십시오.”
12월에 왕은 아우인 수성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늙어 모든 정사(政事)에 싫증이 났다. 하늘의 운수는 너의 몸에 있다. 더욱이 너는 안으로 국정에 참여하고, 밖으로 군사(軍事)를 총괄하여 사직을 오래 보존한 공이 있고, 신하와 백성들의 소망을 채워 주었다. 내가 맡기는 이유는 사람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니, 너는 왕위에 올라 영원히 신의를 얻어 경사를 누려라.” 그리고 왕은 왕위를 물려주고 별궁으로 물러나, 태조대왕이라고 칭하였다.
이에 아우인 수정이 왕위에 올랐다. 차대왕 2년(147) 3월에 고복장을 죽였다. 복장이 죽음에 임하여 탄식하며 말하였다. "원통합니다. 내가 그 때 선왕의 가까운 신하로서 난을 일으키려는 도적의 사람을 보고도 어떻게 묵묵히 말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한스럽게도 선왕께서 나의 말을 따르지 않아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은 이제 막 왕위에 올랐으니 마땅히 정치와 교화를 새롭게 하여 백성에게 보여야 할 터인데, 옳지 않은 것으로써 한 사람의 충신을 죽이는 것입니다. 나는 도(道)가 없는 때에 사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리고는 처형당하니 원근 사람들이 듣고 모두 분하고 애석해 하였다.
차대왕 3년(148) 여름 4월에 왕은 사람을 시켜 태조대왕의 맏아들 막근(莫勤)을 죽였다. 그 아우 막덕(莫德)은 화가 연이어 미칠까 두려워 스스로 목을 메었다. 차대왕 20년(서기 165년) 3월에 태조대왕이 별궁에서 죽었다. 나이가 119세였다. 이해 겨울 10월에 연나 조의 명림답부가 백성들이 견디지 못하므로 왕을 죽였다.
태조대왕은 아우인 차대왕에게 왕위를 선양하였으나, 결국 아우는 충신과 두 조카를 죽였다. 이처럼, 태조대왕은 꿈의 예지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하고, 대비를 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일로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꿈 자체가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으로 장차 그 실현이 이루어지게 되어있던 것일까?
필자의 수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볼 때,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실현 자체를 우리 인간이 벗어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오직 선행을 베풀고 勤愼(근신)함으로써 장차 일어나는 일에 대한 최소화한 사례는 있다.
꿈을 꾼후로부터, 5년뒤로부터 꿈의 예지는 실현되고 있다. 5년째에 충신인 고복장 이 죽게되고, 이어 6년째에 호랑이 꼬리로 상징되었던 자신의 두 아들이 죽게되는 일로 실현되고 있다. 이처럼 꿈의 예지는, 결국은 꿈의 예지대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실현에서, 즉시 일어나지 않기에 우리 인간들은 꿈의 예지에 대해서 소홀하기 쉽다. 꿈으로 예지된 일이 가벼운 사건일수록 빨리 일어나며, 커다란 사건일수록 꿈의 실현은 나중에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꿈일기를 써보자. 그리하면, 자신의 꿈이 언제 어떻게 실현되어 나가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찮은 퀴즈 문제를 푸는 것에 비할 것이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