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출간 예정인 [꿈해몽상담사례집](학민사) 의 원고 내용입니
다.
3) 선인들의 실증적 꿈사례
선인들의 꿈사례에 대한 자세한 것은 필자의 [현실속의 꿈이야기]
를 참조 바란다. 세 가지 사례만을 들어본다.
* 뱀이 올라가다가 떨어진 꿈
병자년 과거시험이 다가와서 어함종(魚咸從)은 다섯 사람과 더불어
관방에서 독서하였다. 유조(兪造)가 잠을 깨어 말하기를,
"간밤의 꿈이 반은 길하고, 반은 흉하다."
하니, 魚가 그 까닭을 물었다.
유(兪)가 대답하기를,
"뱀 다섯 마리가 방 속에서 하늘로 올라가다가, 뱀 한 마리는 반공
에서 떨어졌다."
하니, 魚가 말하기를,
"우리들이 학업을 힘써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다섯 사람이 모두 잘
되고자 한 것인데, 그대는 어찌 상서롭지 못한 말을 하느냐. 그대는 마
땅히 땅에 떨어진 것은 나다. 라고 크게 소리지르라."
하니, 유가 드디어 크게 외쳤다.
어가 말하기를,
"어찌 범연(泛然)히 나라고만 부르느냐."
하니, 유(兪)가 다시, "땅에 떨어진 것은 조(造)다."
고 다시 외쳤다. 이듬해 네 사람은 급제하여 그 뒤에 모두 대신이 되
고 빛나는 공적이 겸하여 나타났으나, 유(兪)만 홀로 만년까지 어렵게
살았으며 명관을 차지하는 데도 나아가지 못하였다.--- 용재총화 제 6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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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전개되는 숫자 표상은 현실에서 일치되어 실현된다. 다섯
마리의 뱀이 승천 중 하나가 떨어지는 표상은 그로 표상된 누군가가
벼슬길에 좌절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죽음예지 꿈--해골에서 피가 의자다리로 흘러내린 꿈.
이징옥은 양산(梁山) 사람으로 지중추원사 전생(全生)의 아들이다. 무
예와 용기가 뛰어났으며, 범을 잘 쏘아서 매번 눈을 부라리고 고함을
질러 범이 문득 눈을 감고 머리를 수그리면 한 번에 쏘아서 거꾸러뜨
렸다.
일찍이 김해부사를 보러 갔는데 부사가 만나주지 아니하였다. 돌아오
는 길에 젊은 부인이 슬피 우는 것을 부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지아비가 범에게 먹혔는데 방금 대밭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였다. 징옥은 팔을 걷고 대밭에 들어가, 범을 안고 나와서 칼로 배를
갈라 그 사람의 살점을 끄집어내니, 살점이 아직 삭지 않았다. 그 부인
을 시켜서 살을 싸가지고 가게 하고 껍질을 벗겨 부인을 주고 부사에
게 말을 전하게 하였더니, 부사가 크게 놀라 사람을 시켜서 쫓아와서
사과하고는 돌아오기를 청하였으나, 징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갔다.
어머니가 징옥 형제에게 산 멧돼지를 보고 싶다고 하니, 이때 징옥
의 나이 열 넷이요, 형인 징석(澄石)의 나이 열 여덟이었다. 징석이 먼
저 멧돼지 한 마리를 쏘아서 잡아오니, 어머니가 크게 기뻐하였다.
징옥은 여러 날 뒤에 맨손으로 들어섰다. 어머니가 말하되,
"남이 말하기를, 네 형의 베짱과 힘이 너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네 형은 산 멧돼지를 잡아서 나에게 보였는데, 너는 이틀만에 맨손으
로 돌아오니 어찌 된 일이냐?"
하니, 징옥이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시험삼아 문밖에 나와보고서."
하였다. 어머니가 따라나가 보니 큰 멧돼지가 문밖에서 눈을 부릅뜨
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징옥이가 반드시 그 어머니로 하
여금 산 모습을 보시게 하려고, 멧돼지를 뒤쫓아서 산을 넘고 골짜기
를 뛰어넘어 밤낮으로 뒤쫓아서 기운이 다하고 늘어지도록 한뒤에 산
채로 잡아온 것이다.
나이 열 여덟에 강계부사(江界府使)가 되었고, 김종서(金宗瑞)를 따라
4군 6진을 개척하는 데 공이 컸다. 종서가 사임하고 돌아오려 할 때,
세종이 그 후임을 어렵게 생각하여,
"누가 경을 대신할 만한가?"
하고 물으니 종서는 징옥을 천거하였다. 그래서 김종서의 후임으로 함
길도절제사(咸吉道節制使)가 되었다. 그는 용감하고 위엄이 있어서 여
진인들이 두려워하였다. 한편으로는 청렴결백하여 백성이나 여진인들
의 물건에 절대로 손대지 않았다.
단종 1년(1453) 수양대군이 계유정란을 일으켜 김종서, 황보인 등을
죽였다. 이때에 이르러 세조는 그 소식을 숨기고, 가만히 박호문(朴好
問)을 보내어 날랜 말로 빨리 달려가서 징옥을 대신하게 하고 징옥을
서울로 불러 들였다.
징옥이 박호문에게 교대하여 주고 오다가 하룻만에 문득 생각하기를,
절제사는 중한 책임인데 박호문(朴好問)이 와서 교대하는 것은 웬일
인가? 조정에서 전일에 큰 일이 없으면 나를 부르지 않겠다는 말이 있
었는데, 지금은 일도 없이 나를 교대시키는 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고는 옷속에 갑옷을 입고 도로 영문에 가서 "의논할 일이 있으니 나
오라" 하여 호문이 나오자 쳐죽이고 군사를 호령하여 서울로 쳐들어오
려고 하다가 다시 말하기를,
"나의 위엄과 신의가 이미 드러났으니, 나는 이제 장차 강을 건너리
라."
하고는 군사를 이끌고 북쪽으로 나가 종성에서 스스로 대금황제 라
칭하고 도읍을 오국성(五國城)에 정하고 격문을 돌려 여진족에게 후원
을 청하였다.
징옥이 장차 강을 건너려 이르자 마침 날이 저물었다. 종성판관 정종
(鄭種)이 말하기를,
"어두운 밤에 군대를 옮기면 서로 잃어버리니, 새벽을 기다리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였다. 징옥이 그렇게 생각하여 믿고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징옥의 아들이 의자 밑에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징옥에게 말하기를,
"꿈에 아버지의 해골에서 피가 의자다리로 흘러내렸다."
하였다. 징옥이 좋은 징조라고 말하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종이
군사를 일으켰다. 징옥이 높은 담을 뛰어넘어서 민가에 숨었는데, 정종
이 뒤쫓아와서 죽였다. 그때 나이 스물 넷이었다.--『우리 활 이야
기』, 정진명, 학민사, 1996. 213∼215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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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꿈에 아버지의 해골에서 피가 의자 다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꿈을 꾼후, 아버지인 이징옥이 부하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하게 되는
일로 실현되고 있다.
꿈은 반대가 아닌 것이다. 해골에서 피가 의자 다리 아래로 흘러내
리는 꿈의 상징 표상이 끔찍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일도 아주 흉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지해주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살아계신 친정 아버님이 머리가 쫘악 갈라지는 흉몽
을 꾼 주부가 있었다. 놀라 깨어나 불안한 마음에 친정 아버지에게 전
화를 했으나, 아버님은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가시지 않
았다.
정확히 1주일 뒤, 제부(동생의 남편)가 회사에서 승진한 것을 자축하
기 위해 모임을 가진 후, 교통사고가 나서 제부를 비롯 4명이 즉사하
고, 1 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꿈에서는 아버님의 머리가 갈라지는 꿈이었으나, 현실에서는 표상이
전이되어 제부의 죽음으로 실현되었다. 어쩌면, 친정 아버님은 졸지에
과부가 된 딸의 걱정으로 머리가 갈라지는 꿈이상의 정신적인 고통
을 가져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이 꿈의 실현이 어찌될지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어렴풋
하게 일어날 길흉을 예지할 수는 있다.(특이한 난해한 상징의 경우에
는 예지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은 꿈의 실현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난해한 상징으로 인해, 우리 인간은 어떠한 일이 일어
나기 전까지 어렴풋한 추정만 할 뿐, 그 꿈의 결과에 좋다 나쁘다
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꿈은 반대는 아니지만, 꿈의 표상 전개에 난해한 상징이나 비유 등등
일부의 경우에 역설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죽는 꿈은 표면적으로 나쁘지만, 상징적으로는 낡은 껍질
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재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낡은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태어나는 것을 꿈에서는 죽는 꿈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임당 교육원에 입소한 학생의 꿈이다. 교육기간이 끝나 돌아오기
전날 버스가 굴러 사람들이 죽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이 경우 사실적
인 미래투시의 꿈이라면, 실제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부
분 황당하게 전개되는 상징적인 꿈에서 죽음의 의미는 새로운 탄생·
변화·재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임당 교육원에서 여러 가지 교육
을 받고 새롭게 마음을 가졌다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
을 것이다.
* 첩의 죽음을 예지한 몽중시(夢中詩)
다음의 두 시는 1656-1657년, 동주(이민구) 나이 67-68세에 지은 시
이다. 첩의 죽음이 있기 한 달 전에, 슬프고 한탄스러운 내용의 시를
꿈속에서 지었음을 말하고 있다.
지난 시월 병신년 除夜(섣달 그믐날 밤)와 정유년 元日(정월 초하룻
날)에 시 각각 한 구절
을 꿈속에서 지었다. 글의 뜻이 슬프고 한탄스러웠다. 후에 달을 넘겨
첩이 죽었다. 그 조짐이 먼저 나타난 것이 이와 같았다.[前十月 夢作丙
申除夜 丁酉元日詩各一節. 語意悽 後踰月而妾亡 其幾兆先發如此]
< 右丙申除夜詩 >
今年除日又無情 금년 섣달 그믐도 또 무정하게
忽忽殘宵只二更 홀홀이 지나감에 남은 밤이 다만 이경인데
强把深盃留遠客 억지로 크고 깊은 술잔을 잡게 하여 멀리서 온 객
을 만류하네
隔簾銀漢已西傾 발 사이에 보이는 은하수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가네
꿈속에서 지었음을 밝히고 있는 이 시는 저물어가는 한 해를 노래하
며, 손님과의 이별의 정을 아쉬워하고 있다. 멀리서 온 객을 좀더 머물
게하려 한다는 시구에서, 꿈속에 나타난 객이 첩의 상징표상으로 전개
되어 나타났으며, 떠나는 객을 만류하는 표상이 한 달 뒤에 죽게될 첩
의 사별을 아쉬워하는 미래예지적인 꿈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왕조실록에 나오는 글로 동주의 일생을 살펴볼 때, 유배지에서 자신
이 어려울 때 알게되어 얻게 된 첩으로 남달리 애정이 각별했다.
< 丁酉元日詩 >
故人相見每多情 오랜 친구를 보니 매양 다정한 정이
送往迎來幾飽更 보내고 맞음에 거의 시간을 다 보내는구나.
今日重逢丁酉歲 오늘 거듭 만나니 정유년이라
悽悽只有淚河傾 서글픔에 다만 눈물을 강물처럼 쏟는 것이 있을 뿐
이네
----詩集 卷二十一. 235쪽.
하루 지나서 다시 꿈속에서 지은 이 시 역시 동주의 말대로 語意(어
의)가 처완하며,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서, 오랜 친구로 표
상된 누군가와의 결별을 예감하면서 장차 자신에게 안좋은 일이 다가
오고 있음을 예지해주고 있다. 이처럼 유사하게 반복되는 꿈은 꿈으로
예지된 일이 반드시 일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