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계시적인 성격의 詩
이 역시 漢詩 표현에서는 많이 보이고 있지 아니하나, 여타의 산문의 꿈사
례에서는 상당수 보이고 있다. 동식물이나 조상님이나 靈的인 대상 등이 나
타나 계시적으로 무엇인가를 일러주는 꿈의 경우이다. 이러한 꿈속의 계시
하는 대상은 자신의 잠재의식의 정신활동으로 빚어낸 창작표상이라고 한건
덕 선생님은 말씀하셨으나, 꿈을 통해 영적인 대상과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
음을 부인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두 작품을 예를 들어 살펴본다.
나와 같이 급제한 군수 李璥이 나에게 말하기를,
"젊었을 때 내가 숙헌(叔獻)이라고 자를 하였었는데, 하루는 꿈에 神人이
나에게 말하기를, [숙헌]은 즉 네가 존경할 분의 자이니, 너는 빨리 고쳐
야 한다. 하기에, 그 이튿날 바로 덕온(德溫)이라고 고쳤다. 10년이 지난
뒤에 과거에 급제하고 보니, 숙헌은 즉 우리의 방에서 장원한 이 이(이율
곡)의 字이더군." 하였으니, 참 이상스러운 일이다.----『淸江先生 鯖鎖
語』, 대동야승 제 57권.
정 소종이 젊었을 때, 꿈에 한 노인이 소종의 손바닥에
우임금 발자취 있는 산천 밖이요, 禹跡山川外
우나라 뜰의 새와 짐승사이이다. 虞庭鳥獸間
라는 詩句를 적어 주었다. 소종은 그 시구를 기억하여 두고 잊지 않았다.
연산군 갑자년(1504) 겨울에 특별히 殿試를 보이는데, 칠언 율시로 하였다.
그 글제는, 봄에 이원(梨園)을 개방하고 한가롭게 기악(妓樂)을 본다 라고
하였는데, 연산이 직접 낸 것이다. 소종은 홀연히 젊었을 때 꿈에 본, 노인
의 시구가 떠올라 각각 두 자씩을 보태어, 글귀를 지었다.
봄은 우임금의 발자취가 있는 산천에 무르녹았고(春濃禹跡山川外)
풍악은 우나라 뜰 새와 짐승사이에 울린다. (樂秦虞庭鳥獸間)
그때 김 모재(김 안국)가 고시관으로 참석하였다. 상고관이 소종의 글을
하등으로 정하려 하였으나, 모재가 이것은 실로 귀신의 말이라고 크게 칭찬
하여 드디어 상등으로 정했다. 과방이 발표
된 후에 소종이 은문(恩門:과거 급제자가 시관을 일컫는 것)으로서 모재를
가서 뵙자, 모재는 시상이 여기까지 미치게 된 것을 물었다. 소종이 젊었을
때 꿈속의 일을 자세히 말하였더니, 모재는 더욱 경탄하였다. 모재의 글을
알아보는 명성이 이로부터 나타났다.
{{ ) [송와잡설],대동야승 제 56권. 정소종의 꿈이야기는 지봉유설에도 실려 있다.}}
한편 『惺 詩話』에는 다소 다르게 나온다. 김안로가 젊었을 때 관동지
방을 유람하였는데, 꿈에 귀신이 나타나 "우 임금 땅의 산천밖에 봄 무르녹
고, 우순 궁정 새와 짐승 사이에 음악 연주된다.(春融禹甸山川外 樂秦虞庭
鳥獸間)"고 읊고서는 이어 "이것은 네가 출세하게 될 말이다." 라 했다. 깨
어나서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 ---후략--.{{ ) 『惺 詩話』,『詩話叢林』 下.
}}
이러한 계시적인 꿈도 어찌보면 다음에 언급되는 지어낸 거짓 꿈의 경우처
럼, 자신이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말이 있는 경우 꿈속에서 계시를
받았다는 것으로써 정당성이나 합리성, 나아가 신성성 내지 신비감을 부여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