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作이나 夢中作이 아닌, 꿈속에서 깨어나 지은 夢詩의 경우로 현실에서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세계가 드러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나
에게 당신의 꿈을 들려주오? 당신의 마음을 알게되리라."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내면의 참된 마음이 꿈을 통해 문학작품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 夢東陽. 是日發引
동양을 꿈꾸다. 이 날이 발인이다
霜塗野田白 서리가 덮힌 들밭은 흰빛인데
風戾林柯振 바람은 거세게 나뭇가지에 불고 있네
故人臨永路 고인의 떠나는 길에 임하여
夙駕方遠徹 일찍부터 상여가 먼 곳으로 가네
是夜夢顔色 이날 밤 꿈에 안색이
告我別期迅 나에게 떠나는 기약이 빠름을 고하는 듯 하네
形容稍銷毁 모습이 점점 사그러져 작아지나
光采猶韶潤 광채는 오히려 훌륭하고 윤택하네
款曲平生言 간절하고도 곡진하게 평상시의 말로
戚嗟傷久 아, 오래도록 물리쳐야 함이여 가슴이 무너지는구나.
屋外聞馬嘶 문 밖에 떠나려는 말울음 소리 들려오니
忽忽酒不進 바빠서 술 한잔 올리지 못하는구나.
出門重回顧 문을 나서며 거듭 뒤돌아보며
英姿 盈瞬 뛰어나고 온화한 모습은 순간 사라지네
驚呼已茫昧 놀라며 소리쳐 불러보나 이미 아득하고
濁水淪尺瑾 흐린 물에 옥같은 몸이 빠졌네(저승으로 떠나갔네)
惻愴天壤間 슬퍼함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하니
存沒集危 삶과 죽음이 쭈뼛 솟은 귀밑머리에 모여드는구나.
百念坐鷄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앉아 있으니 어느새 닭이 울고
靑燈隕寒燼 푸른 등불은 차가운 재로 변하는구나.
{{) *韶;아름다울 소, 훌륭함, 화창함
*款(정성 관, 정의 관, 사랑할 관, 음각 관-전하여 인장의 뜻으로 쓰임, 항목 관)
款曲:다정하고 성의가 있음. 자세한 사정. 委曲
* :물리칠 빈, 인도할 빈.
* :우거질 애, 온화할 애(성품이 온화하고
화기가 잇는 모양)
*瑾:옥 근 * :살쩍 빈
*燼;탄 나머지 신, 나머지 신. 燼滅:타서 없어져 버림, 멸망하여 없어짐.
}}
-----東州集 詩集 卷八. 152쪽.
이 시는 1645년 56세때 을유년에 지은 시이다. 먼저 東陽에 대해서 살펴본
다. 東陽은 신익성(申翊聖)(1588 ∼ 1644)으로 신흠(申欽)의 아들인데 12세
에 선조의 딸 정숙옹주(貞淑翁主)와 결혼하여 동양위(東陽尉)에 봉해졌다.
李敏求보다 한 살 위로 동주와 두터운 친분이 있었으며, 東陽의 부친인 신
흠(申欽)과 선친이었던 이수광과도 친분이 있었음을 뒤에 나오는 추포공을
추모한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기개와 절조를 숭상하고, 담론하기를 좋아하였으
며, 문장과 필법이 모두 뛰어났다. 광해군 때에는 인목 대비
를 폐하기 위한 정청(庭廳)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정(反正) 후 사친(私親)에 대한 추숭(追
崇)과 청나라와의 강화(講和)
등의 의논이 일어나자, 익성은 그를 모두 극력 배척하였는데, 그 후 마침내 강화를 배척했
다는 이유로 심양에 잡혀가서
구류되어 있다가 돌아왔으므로, 선비들의 공론이 그를 훌륭하게 여겼다. 다만 그가 성품이
조용하지 못하였고, 또 산업
을 경영한다는 비난이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이것을 불만스럽게 여겼다.-->
}}
동주의 생애를 살펴보면 이 당시 동주는 1643년 영변(寧邊)에 이배(移配)
된 이래 귀양지에 있었다. 이 시 역시 권필의 夢具容 과 같이 친한 벗의
죽음을 가슴아파하는 애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5언율시의 이 시는 꿈
속에서 지은 夢作詩는 아니다. 즉 발인하는 날 꿈에 東陽을 보고 절친한 벗
이었던 절친한 벗이었던 東陽 신익성의 죽음을 가슴아파하고 있다.
이 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부는 서리가 내리고 싸
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황량한 계절적 배경을 노래하고 있다. 이어 꿈속에서
東陽을 만나 못다한 애틋한 회포를 나누는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다. 후
반부에서는 꿈에서 깨어나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죽은 東陽을 그리워하고
있다.
-귀양지에서 쓴 것이라면 죽음예지의 미래예지적인 꿈이 되는 것이다. 추
후에 발인날이라는 것을 알고 적어 넣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