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가 꿈은 소망의 표현 이라고 말할 정도로 꿈의 여러 전개양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프로이트는 꿈의 미래예지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을 하지 않아 우리의 꿈을 보는 시각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詩작품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의 작품은 꿈속에서 지은 夢中詩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꿈속에서 본 정경이나 느낌을 현실에서 동경하면서 노래하고 있는 경우이다. 本考에서는 東州 李敏求의 세 작품만을 살펴본다.
◎ 夢覺聞雨 꿈에서 깨어 비 소리를 듣다.
凄凄孤寢半窓虛 쓸쓸하게 홀로 자리에 누웠는데 조각난 창 틈으로
空外寒鍾午夜疎 하늘밖에 차가운 종소리가 오밤중에 이따끔 들려오네
夢斷峽雲歸去後 꿈이 깨니 이미 골짜기 구름은 사라진 뒤고
酒醒山雨到來初 술이 깨어 산에 비가 내린 것을 비로소 아네
人間? 有鴻留迹 인생세간에는 부질없이 기러기 남긴 자취 있건만 ---
地底應無雁繫書 땅 속에는 아마도 기러기에 묶어 전하는 글 없으리라.
誰識支離乘死日 누가 헤어져 떨어짐이 죽는 날이 될줄을 알았으리오
寂寥燈燭閉僑居 쓸쓸한 등촉만이 외로운 띠집에 깜빡이네
-------東州集 卷二十二. 239쪽.
이 시는 夢作詩가 아니라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유배지에 있음을 자각하고 쓸쓸한 마음을 읊은 詩이다. 꿈속에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자신이 벼슬길에서 의기양양하는 모습을 꿀수도 있고, 행복하고 평온했던 지난 날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어느 순간 꿈에서 깨어나보면, 꿈속의 단란한 정경은 사라지고 외로운 유배지에 홀로 던져져 있는 자신의 쓸쓸하고 처량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더더욱 가슴아파하는 자신을 노래하고 있다.
◎ 夢西湖 서호를 꿈꾸다
扁舟歸思滿菰蘆{{) 菰蘆 : 水草名
조그만 배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각은 외로운 띠집에 가득하고
(조그만 배 가는 길엔 수초만 가득하고)
雲水相望島嶼孤 구름이나 물처럼 정처없이 섬에서 외로이 바라네
(구름과 물이 서로 바라볼 뿐, 섬 하나 외롭구나.)
京口閉門人跡斷 서울 입구가 문을 닫으니 인적이 끊기고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 문 닫힘에 인적이 끊어지니)
夜深風雨夢西湖 밤은 깊어 비바람에 서호를 꿈꾸네
(밤 깊고 비바람 몰아치는데 서호를 꿈꾸노라.)
--------東州集 卷十二. 179
1637년 48세때 병자호란때의 책임을 물어 동주는 귀양간다. 京口閉門 이란 싯구에서 알 수 있듯이 牙山현은 서울 부근에서 가까운 곳으로 지역적으로 西湖와 가까운 곳으로, 이 시는 1644년 55세때 아산현(牙山縣)으로 이배(移配)된 후 1647 정해년 58세 귀양지에서 방면되기 전 무렵의 유배생활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비변사가 아뢰기를,--중략--신들이 전에 박이서를 만나보았는데 억울하게도 다른 당파의 논핵을 받아 西湖(? 경기 수원시 장안구(長安區) 화서동(華西洞)에 있는 저수지. 수원성의 북쪽에 북호(北湖)가 있기 때문에 서호라고 하였으며, 낙조(落照)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에 물러가 있으면서 벼슬살이할 생각을 갖지 않았습니다.-- >)
에서 알 수 있듯이 西湖는 그 당시 자연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이상형으로 삼기에 적합한 곳이었던 같다. 비겁자로 몰려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외로운 섬에서 귀양생활을 하면서, 지난날의 사람들의 세계를 그리워하며 자연에 돌아가 한가로운 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마치고 싶은 간절한 바램이 나타나 있다.
이 시는 소망표현으로서의 꿈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현실에서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간절한 바램이 꿈속에서 형상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 紀夢
烏栖鵲睡夜堂幽 까마귀 둥지로 돌아가고 까치마저 잠드니 밤의 집은 그윽
한데
客寢無愁更有愁 객은 잠자리에 들어 근심 없는 듯하더니 다시금 근심이 이
누나.
斷魂招不得 슬프다 끊어진 혼은 불러도 불러 올 수가 없구나
滿林風雨夢西州 숲 가득한 비바람 소리에 서주를 꿈꾸노라.
-------東州集 卷二十三. 243쪽.
이 시 역시 소망표현의 꿈이 드러나 있다. 유배지에서 외롭게 생활하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 꿈속에서나마 자신이 갈망하는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민구의 일생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쳐들어 오는 청나라 군사를 막지 못하고 도망침으로 인해, 비겁자로 몰려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유배를 가게 되고 30여년간 말년에 묻혀지내게 된다. 한편 이민구가 병자호란 때 검찰 부사(檢察副使)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해
서, 왕조실록 顯宗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檢察副使는 애당초 전쟁하는 장수가 아니었고 보면, 이민구에게는 김경징과 같은 죄도 없었는데, 어찌 김경징과 같은 부류로 논죄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대간의 논계가 여러 달 그치지 않았으니, 그 또한 너무 각박하다고 하겠다. 인조(仁祖)는 끝내 윤허하지 않고 변방에 귀양보냈다가, 정해년에 방면하고 기축년에 직첩을 돌려주도록 명령하였는데, 대간에서 힘써 다투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그뒤 양조(兩朝)에서 서용하라는 은전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대간의 논계로 인하여 명령을 도로 거두었다. 묻혀 지낸지 30년에 마침내 불행하게 죽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많이 그의 문장을 아깝게 여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