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양갈 곳의 정경을 꿈으로 예지하다 >
나(金得臣{{ ) 金得臣, 1604-1684. 자는 子公, 호는 栢谷,龜石山人. 緻의 아들.
}})의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을사년(1605) 즈음에 꿈속에서 결구 하나를
얻으셨는데, 깨어난 뒤에 기록하였다.{{ ) 余先人 嘗於乙巳年間 夢作近體一首 覺後 只記
}}
天 古城銜落日 하늘에 맞닿은 옛 성은 지는 해를 머금고 있고
霞兼孤* 帶長風 노을을 등진 한 마리 따오기는 긴 바람을 타고 있구나.
* 牧아래 鳥.
뒤에 제주도에 귀양갔을 때 굽은 성에 올라가 바라보니,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완연히 지난 꿈속에서 본 것과 같았다. 어찌 운명이 아니겠는
가? 마침내 전날의 한 연에 이어서 全篇을 완성했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 後謫濟州 登
曲城而望之 則滿眼風景 宛如昔夢所睹 豈非數耶 遂因其一聯而追成全篇 其詩曰
}}
他鄕邂逅一樽同 타향에서 한 동이 술을 함께 마주하니
却喜衰顔發醉紅 늙은 얼굴에 빨간 술기운이 도는 것이 좋다.
天 古城*銜落日 하늘에 맞닿은 옛 성은 지는 해를 머금고 있고
霞兼孤*-牧아래 鳥.帶長風 노을을 등진 한 마리 따오기는 긴 바람을 타고
있구나.
仙 渺渺身何往 신선의 뗏목은 아득한데 몸은 어디로 가는가?
故國 信不通 고국은 멀어서 소식조차 알 수가 없네
萬事乘除元有數 만사의 흥망은 정해진 운수가 있는데,
向來三敗敢云窮 지난날 세 번 실패한 것 운수가 궁하다고 감히 말하랴?
---[終南叢志], [詩話叢林] 下
사실적인 미래투시의 꿈으로, 꿈에서 본 정경을 漢詩로 읊은 대로 그 뒤
의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렇게 꿈속에서 詩의 한 구절
을 지은 경우 뒤에서 언급되는 창조적인 사유활동의 작품이기에 평상시의
詩作보다 뛰어난 표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꿈속에 얻은 詩
句를 살려내기 위해, 일상의 漢詩구절을 덧붙여 완전한 詩로 이루어내고 있
다.
< 南龍翼(壺谷) 入直銀臺 夢得一絶句 >
壺谷이 은대에 숙직하다가 꿈에 한 절구를 얻었는데
絶塞行人少 絶塞에는 行人이 드물고
羈愁上客顔 객지의 시름 나그네 얼굴에 오른다.
蕭蕭十里雨 쓸쓸하게 십리에는 비가 내리고
夜渡鬼門關 밤에 鬼門關을 건넌다.
그 참뜻을 알지 못하였다. 사십년 뒤 辛未에 遠竄之啓로 준엄하게 출발하
였는데, 公이 武弁族에게 물으니, 사람들이 北路를 잘 아는 사람이 있었는
데 말하기를
鬼門은 어디냐 하면, 明川에 있는 것이다. 公이 말하기를 내 반드시 明川
에 귀양갈 것이다. 이튿날 臺啓의 승낙을 입어, 과연 明川으로 귀양가게 되
었다.
이것은 奇服?齋玉堂의 夢中作과 서로 비슷한데, 세상일이란 알고 보면 다
앞서 정해진 것이니라.{{ ) 莫曉其意 四十年後 辛未 遠竄之啓峻發 公問於武弁族 人之熟知
北路者 曰 鬼門在何郡 曰 在明川 公曰 余必謫明川
翌日臺啓蒙允 果謫明川 此奇眼齋玉堂 夢中作 相類 始知世事 皆有前定----洪萬宗의 [詩
評補遺].
[詩評補遺], 吳靈錫 교정, 民俗苑, 1994.--譯註本와 原文本이 따로 있음.
}}
꿈으로 장차 귀양가게 될 곳의 지명이 담긴 시 구절을 읊고 있다. 詩의 전
반적인 분위기는 塞, 行人少, 羈愁, 蕭蕭, 十里雨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음
울한 詩語로서 장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예지해주고 있다. 변방·
나그네·쓸쓸 등의 시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장차 귀양가는 것으로 실현
된 것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안좋은 상황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해주고 있
다. 특히 자신이 알 수 없는 鬼門關 의 구절을 꿈속에 등장시킴으로써,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항상 마음속에 생각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보이지 않
는 운명의 길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준비를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경우에, 破字表現 등으로 알려
주는 것으로써 그 의미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갖게 하는 것과 표현방식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들어 살펴본 奇遵의 꿈속에 지은 詩와 서로 비슷하다고 洪萬宗
이 언급하고 있을 정도로 유사한 사례들이다.
< 夢中作 >
임진년에 왜구가 오래도록 몰아 연이어 삼경이 함락되었다. 큰 진이 바야
흐로 평양에서 붕괴되었다. 때에 명나라 군대가 와서 구원해주었는데 선봉
李汝梅가 성에 올라 왜적을 무찔렀다. 낙구의 詠寒梅 세 자는 깨어난 이
래로도 알 수 없었다. 적이 무너진 뒤에야 비로소 그 징조를 징험했다고 이
르리라.{{ ) 壬辰 倭寇長驅 連陷三京 大陳方壞平壤 時天兵來救 先鋒李汝梅登城破賊 盖落句
詠寒梅三字 覺來未解 賊破後始驗其
兆云
}}
天兵百萬下天來 명나라 군사 백만대군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迅掃朝鮮社稷廻 조선의 사직이 흔들리는 것을 신속하게 바로잡았네
我輩將何報功德 우리들이 장차 공덕을 어떻게 갚을까?
只將詩律詠寒梅 다만, 장차 차가운 매화를 시율로 읊조리네???
---------- 滄浪集 卷一 18쪽
단지 사실적인 미래투시의 꿈으로 보기에는 난해할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
가 詠寒梅 에 담겨져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