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실적인 미래투시의 詩
이러한 꿈은 꿈에서 본대로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경우이다. 本考에서
는 꿈속에서 漢詩로 詩를 짓고 장차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난 경우의 사례들
이다. 문학성은 상징적인 표상의 詩보다 뒤떨어지며, 꿈에 대한 관심과 이
해만 있으면 쉽게 꿈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경우이다.
< 홍득우가 꿈속에서 任 이 지어준 시를 보다 >
병진년(1688) 봄에 洪得禹가 무안의 유배지에 있을 때, 나(水村, 任 )는
東里 李殷相의 시를 차운하여 이런 시를 지어 보내주었다.{{ ) 丙辰春 洪叔範得禹 在務安
謫所 余次東里李判書殷相韻 以寄日
}}
夢裡相逢不是眞 꿈속에 만난 것은 현실이 아니고
春風一會更何因 봄바람 맞으며 만나는 것 어떻게 가능할까?
遙憐南海竹間月 멀리 남쪽 바다 그리워하니 대나무 사이에 뜨는 달이
來照東城花下人 동쪽 성 꽃 아래 사람에게 와서 비추네
聞道殊方仍哭子 듣자하니 타향에서 아들을 잃었다고 하니
想應佳節倍思親 좋은 때 만나면 더욱 부모 그립겠네
他年 遂同歸約 다른 날 함께 돌아갈 기약 이룬다면
村北村西杖 頻 마을의 북쪽 서쪽 지팡이와 신발 자국이 빈번하겠지
홍득우가 유배지에서 풀려날 때 나에게 말했다. "꿈에 서울에 가서 자네와
만났는데, 자네가 나에게 율시 한 수를 손수 지어주었다네. 깨고 보니 머릿
구와 제 3연만 기억하여 외웠는데, 나의 가슴에 분명히 남아 있었네. 그러
나 제 2연과 끝구는 기억하지 못하다가, 얼마 지난 뒤에 자네가 부친 머릿
구와 3연을 보니 꿈속에서 본 것과 한 자도 틀리지 않았으니, 천하의 기이
한 일일세"라고 하였다. 옛날에 원진과 백거이가 慈恩寺에서 만난 꿈이 세
상에서는 정신이 서로 만나 느껴 통하였다고 하는데, 이 꿈을 옛날에 비교
하여 본다면 더욱 기이한 일이다. 우정이 서로 감동을 시키는 이치가 우연
이 아님을 알겠다.{{ ) 及叔範放還 謂余曰 "夢到京城 與君相會見 君手題一律贈我 旣覺 記誦
首句及第三聯 了然在心 第二聯及末句 不記矣
俄得君所寄首句三聯 與夢中所見 不錯一字 乃是天下異事" 云. 昔 元白慈恩之夢 世稱神交
感通 而此夢比古尤異 可見交 情相感之理 不偶然矣 --『水村漫錄』, 洪萬宗의 『詩話叢林』
下.
* 任 , 호는 水村,愚拙翁. 1640(인조 18년)--1724(경종 4년).}}
-『水村漫錄』, [詩話叢林] 下
< 林石川億齡甫 夢得一聯句 >
임백령이 꿈에 한 연을 짓기를
風飄枯葉江汗墜 바람은 마른 잎을 강 언덕에 날리고
雲抱遙岑海上生 구름은 먼 묏부리 바다위에 휘감고 있다.
그 뒤 그는 관동지방의 관찰사가 되었는데, 삼척 竹西樓에 오르니 보이는
것이 과연 이전의 꿈과 똑 같았다.{{ ) 其後 按節關東 登三陟竹西樓 所見果協前夢---權應
仁의『松溪漫錄』, 洪萬宗의 詩話叢林 上.
}}
사실적인 미래투시의 꿈으로 장차 일어날 일을 한시를 짓는 행위로 표상
되어 나타나고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단지 정경을 꿈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겠지만, 글을 하는 선비이기에 보다 강렬하게 마음속에 각인시키기 위
한 수단 방편으로써, 우리의 잠재의식은 이러한 漢詩 구절을 짓는 상징표상
으로 전개되어 나타낸 것이다. 자신의 지은 싯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기억하게 해줌으로써, 무의식적으
로 꿈으로 예지된 현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