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관련 詩와 夢中作 詩 小考 --- 2. 상징적인 미래예지 시
게시자 : cphdream(꿈해몽) 본문크기 : 7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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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한시에 나타난 꿈의 전개양상
각 漢詩의 표상전개에 따라 나누어 살펴보았다. 다만, 어떤 꿈의 경우 이
러한 여러 성격이 두 세가지의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경우가 있으나,
주된 요소에 포함시켜 살펴보기로 한다.
1. 상징적인 미래예지 詩.
꿈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일을 여러가지 다양하게 예지해주고 있으나, 本
考에서는 죽음예지의 夢中詩로 한정시켜 살펴본다.
◎ 다음의 두 시는 1656-1657년, 동주 나이 67,68세에 지은 시이다.
첩의 죽음이 있기 한달 전에, 슬프고 한탄스러운 내용의 시를 꿈속에서
지었음을 말하고 있다.
지난 시월 丙申년 除夜(섣달 그믐날 밤)와 丁酉년 元日(정월 초하룻날)에
시 각각 한 구절을 꿈속에서 지었다. 글의 뜻이 슬프고 한탄스러웠다. 후에
달을 넘겨 첩이 죽었다. 그 빌미(조짐)이 먼저 나타난 것이 이와 같았다.
{{) 前十月 夢作丙申除夜 丁酉元日詩各一節. 語意悽 後踰月而妾亡 其幾兆先發如此
}}
< 右丙申除夜詩 >
今年除日又無情 금년 섣달 그믐도 또 무정하게
忽忽{{) * 忽忽--사물을 돌아보지 아니하는 모양, 실신한 모양, 失意한 모양, 미세한 모양,
작은 모양, 갑자기
}}殘宵只二更 홀홀이 지나감에 남은 밤이 다만 이경인데
强把深盃留遠客 억지로 크고 깊은 술잔을 잡게 하여 멀리서 온 객을 만
류하네
隔簾銀漢已西傾 발 사이에 보이는 은하수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가네
꿈속에서 지었음을 밝히고 있는 이 시는 저물어가는 한 해를 노래하며 손
님과의 이별의 정을 아쉬워하고 있다. 덧붙여 멀리서 온 객을 머물게 한다
는 詩句는, 꿈속에 나타난 객을 장차 죽게 될 운명의 첩의 상징표상이라고
본다면 사별을 아쉬워하는 미래예지적인 꿈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 丁酉元日詩 >
故人相見每多情 오랜 친구를 보니 매양 다정한 정이
送往迎來幾飽更 보내고 맞음에 거의 시간을 다 보내는구나.
今日重逢丁酉歲 오늘 거듭 만나니 정유년이라
悽悽只有淚河傾 서글픔에 다만 눈물을 강물처럼 쏟는 것이 있을 뿐이네
----詩集 卷二十一. 235쪽.
꿈속에서 지은 이 시 역시 동주의 말대로 語意가 悽 하며, 어두운 분위기
를 자아내고 있다. 왕조실록에 나오는 글로 동주의 일생을 살펴볼 때, 유배
지에서 자신이 어려울 때 알게되어 얻게 된 첩{{) 그가 귀양가 있을 때를 당하여 이에 역적
정명수(鄭命壽)가 데리고 있던 여자의 아우를 취하여 첩으로 앉히고, 드디어 명수와 교결
(交結)하여 감히 협박하여 풀려나기를 도모할 계교를 세웠습니다.}}으로
남달리 애정이 각별했음을 알 수 있겠다.
뒤에 나오는 詩인 東州의 夢自身爲皐陶 (꿈에 고요가 되어 순임금에게 나
아가 講한 시)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것이 어떤 상서로움인지 모르겠
다."라고 말한데서 알 수 있듯이, 동주는 꿈의 미래예지적인 성격에 대해서
믿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또한 위의 詩는 꿈속에서 음울한 시를 짓고, 몇 년뒤에 마음의 벗이었던
具容이 요절하게 되는 일이 일어났던 미래예지적인 권필의 다음의 夢中作
詩와 유사하기도 하다.
< 夢中作{{) 재인용, 權필 의 夢詩 小考, 漢文學論集 第16輯, pp194∼196.
}} >
風雨幾年別 이별한 후에 비바람(세월)이 그 몇 년인가
相思俱白頭 흰 머리가 될 때까지 함께 하기를 서로 생각했었네
蟬鳴江樹暮 매미의 울음소리는 강가의 나무속에 저물어가고
上斷寒雲秋 기러기는 차가운 가을 구름속에 끊어졌네
事往渾疑夢 일이 가니 모두 꿈인듯 의심스럽고
書來只益愁 편지가 오니 다만 더욱 근심이네
平生多少恨 평생에 많고 적음의 한
斜日獨登樓 해 저물녘에 홀로 루에 오르네.
---石洲集 卷三
이 詩에 대해서는 石洲集에 辛卯년 겨울 兩宜堂에 있으면서 책을 읽었
다. 꿈에 具容의 손수 쓴 편지를 얻었다. 詩로써 그것에 답했다. 깨어난 후
에 분명하게 기록했다. 詩의 뜻을 알 수 없었다. 癸巳년 가을 나는 德水에
있었다. 具容이 關西로부터 글을 보내 안부를 물었다. 이별한 후 벌써 2년
이다. 비로소 이 詩에 징험이 있음을 알았다.
{{ )卷三,[石洲集](辛卯冬.在兩宜堂讀書.夢得具容手札.詩以 之.
覺後了然記得. 未解詩意. 癸巳秋.予在德水. 具自開西枉書相訊.
別已二歲矣. 始覺此詩有驗) .}}라고 나와 있다.
이 詩는 壬辰倭亂을 몇 개월 앞둔 辛卯년(석주 나이 23세)의 겨울의 꿈속
에서 具容의 편지를 얻은 후 거기에 대한 答詩로 적은 詩이다. 그 당시에는
石洲 자신도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그로부터 채 이년이 안된 癸巳년(임란
다음해, 석주 나이 25세) 가을에 具容의 안부편지를 받게 되고, 비로소 2년
전의 꿈속에 편지를 받고 答詩한 것이 실현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즉,
겨울에 꾼 꿈임에 불구하고 夢中詩 속에서는 가을을 詩的背景(기러기는 차
가운 가을 구름속에 끊어졌네)으로 하고 있어, 현실에서 2년 뒤 가을에 편
지를 받게 될 것을 그대로 예지해주고 있다고 石洲는 비로소 이 詩에 징험
이 있음을 알았다. 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石洲가 꾼 꿈은 단순히 答詩하게 될 사실만을 예지해준 것은 아니
다. 즉, 石洲 자신도 答詩의 내용에서 앞으로 具容이 요절하여 죽게될 것을
예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즉 이 詩의 전체적인 詩
想의 분위기는 몹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이다. 이 꿈을 꾼후(辛卯년, 석주
나이 23세)로부터 10년뒤인 1601년 권필이 33세때에 具容이 죽었다. 특히
흰 머리가 될 때까지 함께 하기를 서로 생각했었네. 구절은 얼마뒤에 具
容의 요절을 예지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詩讖이 아닌 꿈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예지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러기는 차가운 가을 구름속에 끊어졌네. 평생에 많고 적음의
恨, 해 저물녘에 홀로 루에 오르네. 의 詩구절 역시 암울하고 어두운 詩語
로써 앞으로 자신의 앞날이 비관적임을 예지해주고 있다. 즉 꿈속에서 자신
이 지은 夢中詩는 權 자신의 친한 친구를 잃고 쓸쓸하게 살아가야 할 앞
날을 예지해주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꿈에서 죽음 등의 커다란 일에 관한 미래예지는 사실적인 미래투시의
꿈 보다는 고차원적인 상징표상의 상징적 미래예지의 꿈의 형식을 띠고 나
타나는데, 漢詩로서 예지하는 꿈의 표현 기법 역시 잠재의식의 정신활동이
빚어내는 고차원의 상징 기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꿈을 꾸는 주체인 잠재의식의 정신활동은 꿈의 표상작업에 있어 꿈
을 꾼 사람이 詩文에 소질이 있는 지적수준에 맞추어 漢詩형식을 빌어 나타
내주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일자무식인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 사람의 정신능
력에 알맞는 이빨이 빠지는 꿈, 돈을 빌려가는 꿈 등 다른 상징표현을
사용하여 죽음을 예지해주고 있다.
덧붙이자면, 꿈은 꿈을 꾸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지적 수준에 맞는 다
양한 전개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산신령이 나타나 어디어디에 가면 산삼이
있나니라 식으로 알려주는 것은 가장 단순한 상징표상으로 이때의 산신령도
잠재의식의 자아가 만들어낸 창작표상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산신령은 실재
하는 것이 아니라, 꿈속의 자아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인 셈이다. 이것이
때에 따라 호랑이나 물고기가 말을 하는 꿈으로 변형되어 나타날 뿐이다.
石洲의 경우에서와 같이 꿈속에서 죽음을 예감케하는 詩를 짓거나 詩를
받은 후 실제로 죽음을 맞이한 꿈사례가 상당수 있다. 이처럼 꿈속에서 우
울한 내용이나 불길한 내용의 시를 짓거나 받음으로써, 또는 죽음을 상징하
는 詩語를 짓거나 받게 됨으로써, 장차 죽음이 있게 될 것을 예지케하여 미
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함을 볼 수 있는 수많은 다른 선인들의 사례를 찾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