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나오는 꿈이야기를 살펴보았다. [데
카메론]은 페스트를 피해 교외의 별장에서 열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주고 받은 백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바, 넷째날의 주제인 사랑이 불
행한 결과로 끝나는 이야기 중 다섯째와 여섯째 이야기 중에 꿈과 관
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 사람들의 꿈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엘리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왕에게서 다소의 칭찬이 있은 다음 필로
메나가 지명을 받았습니다. 불쌍한 제르비노와 그의 연인에 아주 동정
한 그녀는 슬픈 듯이 한숨을 쉬고는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저의 이야기는 엘리자가 한 이야기 속의 사람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연하게도 그것에 뒤지지
않는 가련한 이야깁니다. 지금 멧시나에 대한 것이 이야기 속에 나왔
기 때문에 생각났습니다만 거기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멧시나에 젊은 상인 세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친은 성 지미냐
노 사람이었는데 그가 죽고나자 그 유산을 물려받아 세 사람은 대단한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리자베타라는 대단히 예쁘고
기품도 있는 누이동생이 있었습니다만 무슨 까닭인지 아직도 시집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 형제는 자기들의 가게에 피사 태생의 로렌초라는 젊은
이를 고용하고 있어 이 사나이가 가게 일 일체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
다. 그는 외모도 훌륭하고 대단히 인품이 뛰어난 청년이었으므로 평소
얼굴을 맞대고 있는 동안에 리자베타는 그가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
다.
로렌초도 어느덧 그것을 눈치재자 다른 연인도 몇몇 있었으나 모조
리 팽개치고 그녀에게만 애정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똑
같이 좋아하고 마음을 허락하는 사이가 되자 두 사람이 서로 바라고
있는 일을 하는 데 이렇다 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일을 계속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
었는데, 그러는 중 마침내 비밀의 정사를 더 계속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어느 날 밤 일로, 리자베타가 로렌초의
자고 있는 방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제
일 큰 오빠에게 들키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이 오빠는 영리한 젊은이었으므로 그런 일을 알고 몹시 마음이 아팠
으나 그 당장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꾸짖지도 않는 것이 적당한 조
치라고 생각하고는, 그러한 사태에 대처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이
튿날 아침까지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이튿날이 되자 맏형은 동생들에게 간밤에 본 리자베타와 로
렌초의 일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셋이서 여러모로 의논한 결과
자기들에게도 누이동생에게도 수치가 되지 않도록 이 일을 말없이 그
냥 넘겨 버리기로 하고, 금후 눈에 띄는 어떠한 일도 입 밖에 내지 않
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치욕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굴욕
이 되지도 않고 이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조용히 기회를 살피다가 사
전에 일을 처리해 버리자고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결정하고 그들은 전과 다름없이 로렌초와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시덕거리기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세 사람은 교외로 놀러가는
것처럼 꾸며 로렌초를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인가에서 멀
리 떨어진 장소에 왔을 때 바로 이때라고, 그런 일이 있으리라곤 생
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로렌초를 죽이고 아무도 모르게 땅 속에 묻고
멧시나에 돌아오자 장사일로 그를 다른 곳에 출장보냈다고 말을 퍼뜨
렸습니다. 지금까지 종종 부근에 출장보내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아
무 의심없이 그것을 믿었습니다.
로렌초가 돌아오지 않고 그의 출장이 너무 오래이므로 리자베타는
기다리다 못해 오빠들에게 자꾸 물어 보게 되었는데, 오빠의 한 사람
이 이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너 어떻게 된 거냐? 그렇게 맨날 묻는데 로렌초에게 무슨 볼일이
라도 있니? 다시 한 번 물어 봐라, 네가 바라는 대답을 해줄 테니까.」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되어 있었던 누이는 무슨 무서운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그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
자 슬픔을 참을 길 없어 쉴새없이 그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빨리 돌아
오기를 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렇
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것을 원망하기도 하며 좀처럼 불안한 마음
을 누르지 못한 채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밤 돌아오지 않는 로렌초를 슬퍼하며 울고 있다가
그냥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머리를 헝클어뜨린 창백한 얼굴에
조각조각 찢어진 옷을 입은 로렌초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오, 리자베타, 그대는 내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슬퍼하여 그저
울고만 있을뿐 눈물로 나를 책망하고 있는데, 나는 이제 세상에 되돌
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주오. 그대가 나를 본 최후의 날에 나는 그
대의 오빠들에게 죽임을 당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다음 자기가 살해당하여 묻힌 장소를 알려주고, 이제
는 자기를 부르던가 자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든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는 안개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눈을 뜨자 지금 꿈은 사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몸부림치
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아침이 되어 일어나자 오빠들에게는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꿈에서 일러 준 장소에 가서 꿈의 계시가 사실인
가 어떤가 확인해 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전에 자기들의 집에서 일한 적이 있어 자기 일에 대해서는
뭐든지 다 알고 있는 하녀에게 함께 교외로 산책을 가자고 권하여 급
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의 마른 잎을
치우면서 흙이 굳어져 있지 않은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자 얼마 파지도 않은 사이에 아직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불행한 연인의 시체가 나타났습니다. 그녀의 꿈은 현실 그대로였
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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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이야기로 살펴보았듯이 계시적인 성격의 꿈에 관해서는 동서양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가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을 꿈
을 통해 일러주는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의 전설의 고향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꿈을 통해 靈的(영적)인 대상--이미 죽은 사람, 오래된
나무, 동물, 식물 등등---과의 交感(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경우 이러한 세계를 부정하고 우리 인간의 잠재의식의 능력을 중
시하는 입장에서는 꿈에 나타난 애인까지도 영적인 대상이 아닌, 잠재
의식이 창작해낸 상징표상으로 보고 있다. 즉, 애인의 소식을 알고 싶
은 간절한 바램을 꿈으로써 알려주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잠재의
식에 의해 애인을 만들어내고 계시적인 말로 일러주는 ---꿈의 상징
표현 기법의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상반적인 두 입장에 대해서는 추
후 자세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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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참고삼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너무도 기막힌 사실에 그녀는 몸부림치며 통곡했습니다만 지금은 울
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만약 될 수 있다면 시체를 마을로
가져가 좋은 땅에 고이 묻어 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깨달았으므로 나이프를 꺼내서 머
리통만 잘라내어 보자기에 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흙을 덮고 보
자기를 하녀에게 들려 아무에게도 의심받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 집으
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방안에 틀어박혀 연인의 얼
굴에 마치 눈물로 씻듯이 오랫 동안 비통한 눈물을 쏟고 전면에 키스
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커다란 동백꽃 항아리를 꺼내어 깨끗한 천에 싼 머리
통을 넣어 그 위에 흙을 덮고 살레르노 산의 아름다운 동백나무 몇 가
지를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장미꽃이나 오렌지 꽃으로 만든 물이나 자
기 눈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그 곁에 앉아 거기에 로렌초가 숨어 있기나 하듯이 자기 마음의 전부
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맺힌 한을 전부 호소하고 나
면 곁에 가서 또 울기 시작하여 나중엔 언제나 동백나무 가지가 눈물
로 젖어 버리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이같이 끊임없는 오랜 기간의 정성 때문에, 그리고 또 그 속의 두개
골이 썩어 흙이 비옥해진 탓인지 가지는 훌륭히 자라 향기 높은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이러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 근처 사람들의 눈
에 종종 띄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생각하고 오빠
중의 한 사람에게 리자베타의 기행(奇行)을 말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습니다. 오빠들도 누이 동생의 아름다움이 갈수록 시들
어질 뿐만 아니라 눈마저 쑥 들어가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라 그 말을
듣고 잘 관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확인한 다음 누이
동생을 꾸짖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자 꽃항아리를 치워 버렸습니다.
이것을 안 그녀는 몇 번이나 끈질기게 되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졸라도 돌려주지 않자 그만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앓아 누웠으면서도 꽃항아리를 돌려달라고 계속 졸라대
는 형편이었습니다.
오빠들은 이같이 끈질기게 졸라대는 품이 아무래도 미심쩍어 그 속
에 무엇이 들어있는가 알아 보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항아리의
흙을 비우고 그 안을 보니 헝겊에 싼 사람의 두개골이 보였습니다. 그
것은 아직 완전히 썩지 않았는데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모양으로 보아
로렌초의 머리가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놀라 로렌초를 죽인 것이 탄로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그 머리를 땅에 묻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
만히 멧시나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구실을 붙여 멧시나에서의
장사를 그만두고 나폴리로 이사하고 말았습니다.
처녀는 그 후에도 매일 울면서 꽃항아리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그녀의 불행한 사랑은 종말을 고했
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이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누군
가가 오늘날에도 불려지고 있는 이런 노래를 지었습니다.
내 꽃항아리
누가 가져갔지
그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줄거리 요약: 리자베타의 오빠들이 그녀의 연인을 죽인다. 그 망령이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 자기가 묻혀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그녀는 가
만히 연인의 머리를 파내서 동백꽃 항아리에 넣어 매일 장시간 눈물
을 떨어뜨리는데 그것을 안 오빠들은 그 항아리를 빼았는다. 그러자
곧 그녀는 슬픈 나머지 죽고 만다.--[데카메론] 일신서적출판.
* < 심장마비로 죽게 될 것을 예지한 꿈이야기 >
이윽고 팜필로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래를 예
언하는 꿈이야기입니다. 즉 각자가 꾼 꿈을 다 이야기하면, 대번에 두
사람에게 그대로의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꿈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보는 것은 살아 있는 자에
게 있어 모두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비록 자고 있어도 수면중
에 본 것이 모두 사실의 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잠시 깨고 보면 어떤 꿈은 정말로 여겨지고, 어떤 꿈은 정말
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 어떤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
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은 눈을 뜨고 본 것과 마찬가지로 수면중의 꿈
을 믿어 버리고, 그것이 좋은 꿈인가 나쁜 꿈인가에 따라 걱정하든가
혹은 기뻐하든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꿈이 미리 위험에 빠지는 것을 예언하고 있는데,
조금도 꺼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 쪽에
도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꿈은 반드시 진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반드시 거짓이라고도 판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이 모조리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종종 경험하는 바이며,
또 꿈이 모두 거짓은 아니라는 것도 아까의 필로메나의 이야기에 있었
던 대로이며, 저도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의 이야기 속에서 증명
할 작정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생활이나 행동을 하고 있으면 정반대인 나쁜 꿈을
꾸어도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그 때문에 좋은 계획을 포기하
든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좋지 않은 일을 하려는 경우
에는 비록 꿈이 바람직한, 기뻐해야 할 암시같이 여겨져도 조금도 믿
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좋은 일을 하려고 할 때
에는 전폭적인 신뢰를 두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럼 저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옛날 브레샤의 거리에 네그로 다 폰테 카르라로라는 귀족이 있습니
다. 이 사람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안드레우올라 라는
아직 젊고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이 딸이 우연한 일로 이웃
에 사는 가브리오토 라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신분이 낮은 태생이었으나 예의 범절이 바른 미청년으로 사람
들에게서 호감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하녀의 도움을
얻어 여러 가지로 애를 쓴 끝에 자기의 마음을 전하여 알게 하고, 그
를 아름다운 정원에 가끔 불러 서로 사랑의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어느 쪽인가 죽지 않는 한, 이 같은 즐거운 사랑을
떼어놓을 아무 것도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남몰래 남편이 되고 아내
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열렬히 연애를 계속하고 있던 어느 날 밤
이었습니다.
그녀는 뜰에서 가브리오토와 밀회하여 끌어안고 최고의 쾌락을 맛보
는 꿈을 꾸었습니다. 한참 이렇게 하고 있을 때, 그의 몸에서 뭔가 거
무스름한 무서운 괴물이 나타난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모양은
잘 몰랐으나 그것이 억지로 가브리오토를 그녀의 팔에서 빼앗아 땅 속
에 스며들어가더니 그냥 양쪽 다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몸부림치는 순간 꿈에서 깨었습니다. 눈을 떠 보니 꿈
에서 본 것 같은 일이 일어나 있지 않음을 알고 안심하긴 했으나, 꿈
에서 본 일이 걱정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기에 그녀는 다음날 밤 가브리오토가 그녀에게로 오
고 싶어했으나, 될 수 있는 대로 오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오고 싶어했고 쓸데없는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다음날 밤 그를 정원에 맞아들였습니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희고 붉
은 장미꽃을 많이 꺾어 손에 들고, 그와 함께 뜰에 있는 맑은 물이 솟
아나오고 있는 아름다운 분수 곁에 가서 앉았습니다.
거기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문득 가브
리오토가 왜 전날 내가 오는 것을 거절했느냐고 그 까닭을 물었습니
다. 처녀는 전날 밤의 꿈 이야기를 고백하고 꿈이 나빠서 그랬다고 말
했습니다.
가브리오토는 그것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고 꿈이란 과식했을 때나
공복시에는 잘 꾸는 것이며, 꿈을 믿는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
이라고 말하고 평상시의 경험으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만약 내가 꿈을 믿는다면 당신이 꾼 것처럼 엊저녁 내가 꿈을 걱정
하여 여기에 오지 않았을거요. 그 꿈이라는 것은 내가 아름다운 쾌적
한 숲속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가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 그러한 대단
히 귀엽고 아름다운 새끼 암사슴을 붙잡은 꿈이오. 그것은 눈보다 흰
사슴으로, 대뜸 나를 따르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단 말이오.
나는 아주 귀여워 달아나지 않도록 목에 금목걸이를 끼우고 금사슬을
매달아 꼭 쥐고 있었소.
그런데 그 새끼 사슴이 머리를 내 가슴에 대고 쉬고 있을 때, 어디
서인지 숯같이 새까맣고 보기에도 무서운 굶주린 사냥개가 나타나 내
쪽을 향하여 달려오지 않겠소. 그놈에게 내가 도저히 대항 할 수 없을
것같이 느껴졌소. 그 개는 나의 왼쪽 가슴을 향해 덤벼들어 이빨이
심장에 닿을 정도로 꽉 물어뜯더니, 그만 심장을 물어 버린 채 달아나
고 말았소.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퍼뜩 꿈에서 깨어, 곧 어떻게 되었는가 하
고 왼쪽 가슴에 손을 대어 보았으나 아무 일도 없었소. 나는 나도 모
르게 가슴을 어루만진 나 자신이 우스워져서 웃음을 터뜨렸소.
그러나 이런 꿈에 무슨 의미가 있겠소? 이런 꿈만이 아니라 나는 더
무서운 꿈을 지금까지 여러 번 꿔 왔으나, 내 몸에 무슨 별다른 일이
일어난 적은 없소. 그러니 꿈에 본 일 따윈 걱정하지 말고 즐거운 시
간을 보내기로 합시다."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꿈에 떨고 있던 처녀는 그것을 듣자 더욱 무
서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가브리오토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될 수 있는 대로 걱정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를 껴안고 키스하고, 그에게 안기어 키스를 받
고 하며 사랑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마음에
꺼려 몇 번이나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하고, 어디선가 검은 괴물이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돌아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브리오토가 깊은 한숨과 함께 그녀를 안은 팔에 더
욱 힘을 주어 꽉 끌어안으며 소리치듯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괴로워 죽을 것 같아, 도와줘.」
그러더니 털썩 풀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처녀는 그것을 보자
쓰러진 그를 무릎 위에 끌어안고 울부짖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왜 그러세요, 여보.」
가브리오토는 아무 대답도 없이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어 괴로운 듯
허덕이고 있다가 곧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후략--[데카메론] 넷
째날 여섯째 이야기.
☆ 뒷 이야기는 꿈과 관련이 없기에 생략합니다. 전체 줄거리를 요약
한 글을 참고삼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안드레우올라는 가브리오토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꾼 꿈을 그에게 이야기하고 그도 또
그녀에게 자기 꿈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팔에 안긴 채 죽
는다. 그녀는 하녀와 함께 시체를 그의 집으로 운반해 올 때, 시경비원
에게 잡혀 장관앞에 끌려나가 일의 자초지종을 말한다. 시의 장관은
억지로 그녀를 욕보이려고 하나 그녀는 완강히 이를 물리친다. 이때
그녀의 부친이 달려오고 그녀는 결국 무죄가 밝혀져 석방된다. 그녀는
더럽혀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녀가 된다.
----[데카메론] 일신서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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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의 팜필로의 이야기에 나오는 ---꿈은 진실하지도 거짓도 아
니다--라는 말은 백번 틀린 말인 것이다. 꿈처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다만, 그 난해한 상징성 때문에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 또
한 그 실현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모르는 것일 뿐인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팜필로의 말처럼 꿈에 대해서 半信半
疑(반신반의)하는 정도이다. 안 믿자니 그렇고, 믿자니 어딘가 황당해
보이기도 하고, 꿈에는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런 쓸모없는
것 같기도 하고 ----
여자는 애인과 밀회중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 애인을 뺏어가는 꿈을
꾸게 되고, 남자는 귀여운 암사슴을 붙잡아 함께 있던 중, 달려온 무서
운 사냥개에게 심장을 물린 후 고통스러워하는 꿈을 꾸었다.
여자의 꿈은 애인이 실제로 등장한 사실적인 요소의 꿈과 괴물이 빼
았아가는 상징적인 꿈의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곧이어 다가올 애
인의 죽음을 예지해주고 있는 꿈인 것이다.
남자의 꿈은 철저한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상
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결과는 에지만 해줄 뿐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누
누히 말씀드린 바가 있다. 다만, 이 꿈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상징표상
으로 되어 있지만, 난해한 상징의 꿈인 경우에 그 꿈이 실현되기까지
우리 인간으로서 꿈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다. 귀여운 암사슴이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 사랑스런 애인을 뜻하고 있으며, 또한 이겨낼 수 없는 무
서운 사냥개에게 심장을 물리는 꿈의 상징성이 심장마비로 죽게 될 것
을 예지했다는 것을 ---
무서운 사냥개가 病魔(병마)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물린
부위와 관련지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증적인 사례로 살펴
보자. 축구를 하다가 상대방이 발을 걸어 공중에 10미터 정도 붕 떴
다가 떨어져서 왼쪽 어깨를 다치는 꿈 을 꾼 사람에게 어떠한 일이 일
어났을까?
이 꿈 역시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이며, 황당한 전개가 상징적인 꿈
의 특징이다. 공중에 10미터 정도 붕 뜬다는 것은 축구 경기의 현실에
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자동차에 받혀
서, 꿈속에서 다친 부위인 바로 그 부분을 교통사고로 다치는 일이 일
어났다.
신비한 꿈의 여러 사례들을 실증적인 꿈사례에서 직접 읽어보시기 바
란다. 일자 무식의 시골 할머니가 꾸게되는 꿈의 상징표현이,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어낸 문학적인 어떤 비유적인 표현보다 오묘하며 완벽한
상징 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꿈의 세계에 대한 해
몽은 문학적인 비유와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비바람 몰아치는 해
변가에 홀로 서 있던 꿈 의 결과가 좋은 일로 실현될 리가 없는 것이
다. 문학적 표현에서 비바람 이 좋은 비유나 상징으로 쓰이지 않는 것
처럼----
필자는 단언한다. 꿈의 해몽은 점쟁이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문학
적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가장 좋은 것은 자신 스스로의 해몽이 가장 정확한 것이다. 꿈의 상
징 수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만 있다면---
오늘 날짜 조선일보를 보니, 대만에서 지진으로 갇혀 있던 형제가
극적으로 탈출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닷새째 되던 날에 꿈에 누군
가가 무너진 건물의 냉장고 뒤편으로 길이 있다고, 해서 돌아가 보니
정말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신문기사 내용이다.
우리는 신비한 꿈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좋은 꿈꾸고
복권당첨이나 산삼을 캤다는 이야기, 그와 반대로 흉몽을 꾸고 난후
가족의 누군가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난 이야기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은 자신이 직접 신비한 꿈의 세계에
대해서 체험해보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꿈을 꾼다는 것은 누구
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꿈의 의미를 생각하고 생활해 나간다면, 보이지
않는 우리 인생의 운명의 길을 어렴풋하게나마 꿈을 통해서 예지해주
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 쉬어가는 페이지
* 실증적인 꿈사례 ---꿈이여, 다시 한 번
오래된 신문, 잡지 기사에서 발췌한 글이다.
(김OO, OO교회 목사)
내가 유년 주일 학교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
그 때가 따사한 봄, 어느 주일 날 밤이라고 생각된다. 저녁 예배 때,
음성이 몹시 고왔던 여선생님께서, 예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
고 우리를 사랑해 주시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신다고 얘
기해 주셨다.
그 즈음에 아버지는 신학을 공부하신다고 여름과 겨울의 두어 달을
집에 계시는 것 외에는 곧장 서울에 계셨기 때문에, 나는 늘 [보고 싶
은 아빠]의 감정을 누를 길이 없었으므로 얘기가 끝나고 선생님이 기
도하실 때, 마음속으로 언제나 아빠가 곁에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도 보고 싶은 아빠의 목소리와 고운 선생님의 음
성을 생각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아름다운 푸른 풀밭 위로 나는 달리고 있었다. 그 풀밭곁으로는 그
림같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달릴 때마다 아름다운 노래 소리
가, 들로 산으로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닌가. 천천히 달리면 느린 곡조
가, 가만히 뛰면 조용한 곡조가, 빨리 뛰면 빠른 템포의 멜로디가 흘러
나오고, 깡충깡충 뛰면 경쾌한 음악이 온 들에 넘쳐 흐르는 것이 아닌
가!
더욱 이상한 것은 내가 발로 밟은 그 자리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방
긋방긋 피어나는 것이었다. 하도 신기하여서 온 들을 지칠 때까지 마
구 달렸다. 온 들은 꽃들과 노래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꽃들에서는
향기가 풍겨 나오고 햇빛은 따스하다.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음성이 들렸다. 꼭 주일 학교에서 말씀하시던
여선생님의 음성과 같았다. 소리나는 곳으로 가보니 거기엔 유난히 큰
한 송이 예쁜 꽃이 방긋 웃으며, 봄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그 꽃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내 또래의 코흘리개 여자아이로
변하였다. 천사같은 얼굴이었다. 우리는 바구니에 꽃을 따 담으며 소꼽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갑자기 저 건너편에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
왔다. 보고 싶던 아빠가 큰 가방을 들고 오시는 것이 아닌가. [아빠]
하고 부르며 벌떡 일어나다가 꿈이 깨었다.
거기엔 아빠도, 얼굴이 동그랗고 예쁜 소녀도 없었다. 어린 마음에도
아쉬운 마음이었다. 문득 어젯밤의 선생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밖은 아
직 깜깜한데, 나는 그 자리에 엎드려 기도하였다. "주님. 이제 막 보
았던 소녀를 다시 한번 보게 해 주세요" 그러나 그런 꿈은 다시 없
었고 그 소녀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의 그리움은 거기서 싹이 텄다. 프로이드의 말을 빌린다면 그 때
부터 나는 무의식적인 이성의 지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의 그리움은 여선생같이 고운 소녀에서 누나같이 자상한 소녀로 탈바
꿈하고, 연륜이 더 흘렀을 때, 어머니처럼 인자한 여인상으로, 마침내
내조 잘하는 아내로, 사랑하는 아이들로 발전되었다.
[꿈이여 다시 한번]은 철부지였던 때의 부질없는 생각이었겠지만,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아빠도 꽃밭 속의 소녀가 나타나고부터는 꿈
속의 소녀를 더 그리워하고, 다시 한번 만나기를 기도하였던 나의 어
린 모습을 연륜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자상하던 누님의 사랑과 인자하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지금 하나님의 나라에 계시는데, 그 어머니의 기도와 보살핌
으로 목사가 되었고, 어린 시절 줄곧 떨어져 있던 [보고싶던 아빠]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었다.
오늘의 나에 이르기까지 꿈속의 그리움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잊혀
지지 않는 기억으로 마음의 어느 한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 일
찍이 새벽기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의 그리움은 날마다 계속되고, 이
제는 그 그리움들이 하나 둘 나의 현실속에 구체화되고. 그것이 또다
시 과거사로 흘러가는 것임을!
나에게는, 지나가버린 시간들 속에 내려진 하나님의 은총 속에서, 나
는 그리움의 실재들을 본다. 올해 환갑을 바라보시는 아버님, 나의 누
이, 나의 어머니, 그리고 또 이제사 주님의 풀밭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아름다운 소녀처럼 내게는 내 목숨보다도 귀중한 복음사업 주님의 양
떼들, 사랑하는 전국학생신앙운동원들, 모두 다 나의 그리움이고 보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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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내용이 너무 좋아, 실명 그대로 전재했더라면 아쉬움이 남습니
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소망 표현의 꿈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현실에서의 해소치 못한
욕망을 꿈을 통해 해소하는--, 또한 상징적인 미래예지 꿈의 입장에서
는 아름답고 풍요로움의 표상대로 좋은 일이 있게 될 것을 예지해주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꿈의 세계로 오늘밤 모두 나아가시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