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사실적인 미래투시와 상징적인 굼이 결합된 사례이
며, 사실적인 성격이 짙은 경우 꿈속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재난
이나 화를 피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꿈
의 경우에는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지만 가능할 뿐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나와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우연 이외에
일반에게 알려져 있지 않거나 혹은 널리 알려진 불가사의한 현상
몇 가지를 소개하여 이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있는 우연을 음미
해 보기로 한다.
- 꿈 속의 여인
뉴욕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프랭크 제임즈 씨는 아마도 세계
에서 가장 분주한 실업가의 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사업 관계로 국내는 물론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
아 등지를 하루가 멀게 여행을 한다. 여행에는 되도록 비행기를
이용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TIME IS MONEY]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
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교통 기관보다 빠른
비행기를 이용한 것이다.
"비행기만큼 안전한 것도 없어.
라디오나 신문 같은데서 배나 기차, 자동차 사고를 접할 때마
다 그는 언제나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제임즈씨가 상용으로 어느 날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가
게됐다.
그 전날 그는,
"내일은 일찍 떠나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평상시보다 일찍 퇴사해서 귀가하자마자 저녁식
사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보, 여보."
제임즈씨는 부인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까부터 잠꼬대를 하고 계시던데 혹시 좋지 않은 꿈이라도
꾸신 게 아니에요."
부인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제임즈씨는 식은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언짢은 꿈을 꿨어요. 어딘지 모르겠지만, 휑하니 넓은 곳을
어떤 젊은 여자가 자꾸만 나를 끌고 가는거야. 왜 끌려가는 건
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는 잠잠하고 쥐새끼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았어. 젊은 여자는 때때로 나를 바라보며 기분 나쁘게
웃는거야. 그 싸늘한 눈을 보고 나는 피가 얼어붙는 듯 했어.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발이 말을 들어야지.
그런 식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13계단이
있는 곳으로 왔어. 여자는 그 계단을 오르라는 거야. 나는 그
계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어. 교수대로 올라가
는 그 계단이었어. 왜 내가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가.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길래 이 계단을 올라가야 하나. 나는 답답해
서 여자에게도 물어보았으나 그 여자는 싸늘한 미소를 보일 뿐
아무대답도 않는거야.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발이 말을 들어야
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려해도 목이 매어 어쩔 수가 없었
어. 그 때 마침 당신이 깨운거야."
제임즈씨는 지금 꾼 꿈을 되새기듯,
"이런 꿈은 처음이야."
하며 몸을 떨었다.
"왜 그런 꿈을 꿨을까요. 혹시 좋지 못한 일이라도......"
부인이 불안스레 말했다.
"아니 걱정할 것 없어. 피곤한 탓이겠지. 꿈은 오장(五臟)
의 피로라고 하니까. 이럴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자야겠어.
아침 일찍 떠나야 하니까."
제임즈씨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모포를 뒤집어 쓰고 잠이 들었
다.
출발하는 아침, 제임즈씨는 식사를 마치고 비행장까지 차를 달
렸다. 샌프란시스코 행 제트기는
이미 엔진을 걸고 만반의 출발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행 항공편이 곧 출발합니다."
비행장 장내 아나운스멘트가 시원한 아침 공기를 울리면서 승
객들이 탑승을 재촉했다.
제임즈씨는 작은 여행가방을 들고 비행기 쪽으로 향했다. 샌
프란시스코 행 승객은 제임즈씨가 마감 손님인 듯 싶었다.
제임즈 씨는 비행기 트랩에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불현듯,
"하나, 둘, 셋........"
하면서 세고 있었다. 그리고
"열 하나, 열 둘, 열 셋."
까지 셌을 때, 비행기 속에서 젊은 스튜어디스가 얼굴을 내밀
었다. 그 얼굴을 본 순간 제임즈씨는 그만
"앗!"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손에 든 가방을 떨구고 말았다.
스튜어디스의 얼굴을 간 밤 꿈속에서 제임즈 씨를 사형대로 끌
고가던 그 젊은 여자와 흡사했던 것이다.
제임즈씨는 그 비행기를 탈 마음이 싹 가시고 말았다. 떨구어
뜨린 가방도 내동댕이 친 채 그는 되돌아섰다. 순간 뒤에서 비
행기가 떠나는 굉음이 울렸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다.
라디오의 임시 뉴스가 그 날 아침 뉴욕 공항을 떠난 샌프란시
스코 행 제트기가 도중 원인불명의 사고로 말미암아 추락하고 승
무원과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제임즈 부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그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가 끝나고도 그들은 한 마디 말고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만약 제임즈 씨가 그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물론 죽었을 것이
다. 그것을 생각했을 때 그는 다시 몸을 떨며서 간밤의 꿈을 되
새겨 보았다.
그 꿈이 제임즈 씨를 죽음으로부터 구출해 준 것이다. 비행기
의 스튜어디스가 제임즈 씨의 꿈속에 나타나서 비행기 사고를 알
려준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프랭크 제임즈 씨는 꿈으로 말
미암아 저승행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