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믿을 수 없는 우연] 이라는 제목하에 1986년 2월 5일
송산출판사 에서 간행된 내용중에서 꿈에 관계된 내용만을 발췌
했음을 밝힙니다.
융크가 소개한 극히 경이적인 싱크로니시티의 예 가운데는 시
간(과거, 미래를 다 포함해서)을 초월한 꿈에 관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미래가 현재에 흔적을 남길 수는 없을 테니까 예언적인 꿈을
꾸고, 더욱이나 그것이 적중했다는 예는, 싱크로니시티 가운데서
도 특히 놀랄만한 일이라고 융크는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나는 이제까지 10년 간이나 꿈의 예언을 연구하고 있지만
정확히 미래의 사건을 예언하고 있는 실례에는 한 번도 만난 일
이 없습니다. 예지적인 꿈의 경우도 흔히 있는 꿈의 경우와 마
찬가지로 상징화, 응축(凝縮), 치환(置換), 암유(暗喩) 등에 의
해서 변형되는 것이 보통인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과거의 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대해
서, 예지적인 꿈은 미래에서 소재를 추출하고 있는 점이 크게 다
릅니다.
나도 이러한 종류의 꿈은 몇 차례 꾸고 기록에 남겨두고 있습
니다만, 그 가운데 다음의 예가 가장 극적인 내용을 갖추고 있습
니다.
- 세 소방수를 죽인 꿈
1975년 12월 9일, 나는 꼭 예지적인 꿈을 꿔야겠다고 생각하면
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심리학 강사인 케니스 페르티에의 알선으로 당시 교제를 시작
한지 얼마 안된 다이언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한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밤 꾼 꿈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으니
까.
[나는 세 소방수를,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책이 원인이 되어
살해했다(세 권 모두 두툼한 페이퍼 백 책으로, 그 중 한 권은
내가 공동집필하고 있는 꿈의 텔레파시 였다.) 소방서장이 나
를 의심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나 나에게는 알리바이가 있
었다.]
이튿날 나는 다이언과 데이트하고, 그녀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
게 되어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전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담소를 하면서 언뜻 보니, 그녀가 꿈의 텔레파시 를 포
함한 3권의 책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입수했는가고 묻자, 새로 입회한 북 클럽에서 입회
기념으로 증정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권을 받았는데 한 권
은 사무실에 두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나
는 꿈속에서도 세 권의 책이 나온 것을 전혀 잊어먹고 있었습니
다.
이튿날은 토요일이고 우리는 에 출
석해서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그 후 한 클럽에 들렀는데 그 곳에서 친구인 배우를 만나고,
그로부터 최근 한 여름 밤의 꿈 (세익스피어 원작)에 출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역시 친구인 여성 가수가 출
연하고 있고, 휴게 시간이 끝난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일
어났을 때, 그때까지 앉아 있던 자리를 나에게 양보해 주었습니
다. 그 후 스테이지를 오르내릴 때마다 그녀는 내 옆을 지났습
니다. 통로의 방해가 되지 않기로 약속은 했지만 그녀는 상당히
큰 체구였기 때문에 나는 두 번이나 뒤로 자빠질뻔 했습니다.
이 세가지 사건 - 케이크, 한 여름밤의 꿈 , 출연자가 서로
밀치고 지나간 일 -이 겹치면, 꿈을 연상했어야 했는데도 나는
이 때에도 꿈에 관한 것은 잊고 있었습니다.
꿈의 연속은 메모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성...... 나는 파티에 출석하고 있다. 접시에
얹혀서 나온 케이크를 보고 있는 나. 창밖을 보니 옆집에 불이
났다. 소화를 위해서 소방수가 달려온다. 나는 살해당한 소방
수들을 생각하고 있다. 다음 나는 무슨 연극을 보고 있다.
......... 세익스피어의 희극같다 ... 한 여름밤의 꿈 으로 판
명. 나는 한 배우의 통로를 막고 만다. 방해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그러나 상대는 별 일 없이 통과했다.]
그날 밤, 좀 술에 취했기 때문에, 다이언은 오클랜드까지 돌아
가지 않고, 텔레그라프 힐에 있는 내 아파트에 유숙하게 됐습니
다. 그녀는 그날 산 양초에 불을 켜고 임시변통의 양초대에 꽂
아놓았습니다. 그리고 피로해서 우리는 곧 잠에 골아 떨어졌습
니다.
이튿날 아침 네 시 반경, 나는 어떤 불길한 예감으로 눈을 떴
습니다. 폼라버(스폰지 고무)의 매트레스에 불이 붙고 있었습니
다.
나는 다이언을 깨우고 물을 떠오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불길
이 방 전체에 번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방서에 전화를 걸었습
니다. 수 분 내에 소방수 세 사람이 와서 불을 꺼주었습니다.
침실은 전소했지만 다른 방으로의 연소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원인은 분명히 양초가 다 타서 카페트에 떨어진 후 발화해서 매
트리스에 옮겨 탄 것입니다. 다이언과 나는 연기를 마시고 약간
고통스러웠지만 무사했습니다. 세 소방수가 돌아간 후에야 나는
비로소 이틀 전의 꿈과의 연계성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서재에 가서 메모를 찾았습니다.
꿈을 타자한 메모는 불길에 그을어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
다.
나는 그을음을 털고 다이언에게 메모를 읽어 주었습니다. 이
미 소개한 부분을 더 읽어 나갔을 때 나는 꿈과 미래의 사건과의
대응 부분이 아직도 세 가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꿈의 메모에는 물의 흐름(소방수는 침실에 물을 내뿜었다), 썩
은 제비꽃(양초는 제비꽃 모양을 하고 있었다), 다른 파티(우리
는 이 날 아침 또 다른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었다)라는 서술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꿈과 그 후의 일련의 사건이 많은 점에서 대응하
고 있는 사실을 깨닫고, 나와 다이언은 깜작 놀랐습니다.
본래라면 나는 여기에서 다이언에게 양초의 취급 부주의를 나
무랬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나는 정반대의 기분이었습
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이만큼 싱크로니시티가 일어난다는
것은 꿈이 우리 두 사람의 미래를 긍정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
는가, 불은 우리가 협력해서 뚫고 나가야할 최초의 시련이 아닐
까 하는 마음이 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 자
리에서 그녀에게 구혼했던 것입니다.
꿈과 그 후의 사건 사이에는 전부 다음 여덟가지 독립된 대응
이 있었습니다.
(1) 꿈의 텔레파시 를 포함한 세 권의 책.
(2) 세 명의 소방수.
(3) 첫째 파티에 케이크가 나왔다는 것.
(4) 한 여름밤의 꿈 출연 남자 배우
(5) 출연자가 나를 밀치듯 하면서 지나간 것.
(6) 불과 물의 흐름.
(7) 불의 원인이 된 제비꽃 모양의 양초.
(8) 두 번째 파티.
그런 그렇다치고 지참한 책이 원인이 되어 세 소방수를 죽인다
는 이상한 부분은 도대체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요.
2년 후, 퍼트리샤, 자르몬 가필드, 게일 디러니, 스티브 월시,
그리고 다이언과 내가 만든 에서 이 꿈을
주제로 삼았을 때 우리는 하나의 해석을 얻었습니다.
그 꿈은 당시 내가 애독하던 레이브러드베리의 화씨 451도 라
는 소설( 및 그 영화)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화씨
451도는 종이의 발화온도로서, 이 책 속의 소방수는 책을 불태우
는 것이 과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소방수를 죽인다는 것은 를 말살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 권의 책 가운데 메모에 기록한 것은 꿈의 텔레파시 뿐이었는
데 잘 생각해보니 나머지 한 권의 예언의 여러 형태 , 또 한권
은 이 믿을 수 없는 우연 이었습니다.
즉, 그 꿈은 훌륭한 파트너(다이언)를 얻어 장애(저작의 방해
가 되는 것)를 제거하고, 내 대표적인 이 세권의 저작을 끝마치
게 된다는 그런 예언의 나타남이었던 것입니다.
소방수로 나는 또 하나의 일을 상기했습니다.
1975년, 내가 케니스 페르티에가 담당한 클라스에서 강의를 하
고 있었을 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침 [타워링]이라는 영화를
촬영중이었습니다. 더욱이나 텔레그라프힐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에서 폴 뉴먼이 소방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중이었던 것입니다.
또 한가지.
나는 1977년에도 에 출석했습니다. 그러자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치료자의 정신과 살해자의 정신
이라는 책을 선사해 주면서, "이 책의 저자 케니스 페르티에
라는 인물을 아십니까?"라고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정도가 아닙니다. 내 아내를 소개해 준 사람이 케니스
니까요."
이것으로 싱크로니시티의 고리가 멋지게 완성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꿈의 예언과 싱크로니시티는 정말 교묘히 얽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