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왜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는 꿈을 언제 꾸게 되는 것일까? 과학적으로 REM(Rapid eyemovement) 수면이라 하여,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신속한 안구 운동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주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린 아이가 잠을 잘 때 우리는 이러한 것을 관찰해 볼 수 있는 바, 이 때 꿈을 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REM 수면 상태에서 인간의 정신능력의 활동이 극대화되고 있으며, 미래를 예지하거나 꿈속에서의 사고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REM 수면 상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실험을 한 결과, 피실험자가 신경쇠약이나 정신분열증 등으로 나아간 실험 사례도 있다. 또한 최근의 연구결과로, 이러한 REM 수면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만성편두통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실험이나 연구 결과는 렘(REM) 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REM 수면 상태에서 우리의 뇌가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고, 낮 동안에 기억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수면 중에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어 뇌에 저장이 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REM 수면 상태에서 우리는 꿈을 꾼 것 같은데,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또한 어떠한 경우에는 아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이 꿈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이유로, 자신의 내면 심리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감으로 인하여 빚어진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신비한 정신능력의 활동은 다양한 상징기법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꿈을 선사해주고 있다. 꿈의 기억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주로 시각적인 영상으로 펼쳐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청각적이나 촉각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꿈의 기억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꿈을 기억하는 여부의 모든 것은 꿈을 꾸게 하는 주체인 우리의 정신능력의 활동에 의해서 전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있다. 본인에게 있어 아주 중대한 일의 예지인 경우의 꿈이나, 태몽 같은 경우에는 꿈이 아주 강렬하고 생생하여 몇십년이 지나서도 기억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하찮은 심리표출의 꿈이거나, 예지적인 꿈이라 하더라도 아주 사소한 일의 예지를 나타내주는 꿈의 경우에, 우리가 무슨 꿈을 꾼 것 같아도 꿈의 내용을 쉽게 기억하지 못할 뿐인 것이다.
따라서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무가치한 경우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꿈일지를 적는 사람 가운데에는 혹자는 아주 사소한 꿈의 내용이라도 적기 위하여, 머리맡에 볼펜과 노트를 준비해놓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필자도 이전에는 그렇게 했지만, 이내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고 선명한 꿈의 기억만 적고 있을 뿐이다. 굳이 기억나지 않는 꿈의 기억을 억지로 되살리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이 알아낼 수 있는 불안한 심리표출의 꿈이거나, 사소한 예지를 보여주는 꿈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굳이 꿈의 기억을 돕자면, 꿈을 기억하겠다는 자기 암시를 걸고 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음주나 수면제 등을 먹은 후 자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기에 있어서도, 중대한 예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꿈인 경우에는 음주나 수면제 등의 방해적인 요소를 뛰어넘을 수 있다. 한편, 비타민 B6가 꿈을 기억하는데 효력이 있다거나, ‘모션디렉터’라는 기기를 사용하면 꿈을 즉석에서 그려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또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있듯이, 우리가 자는 동안에 낮 시간에 경험하거나 학습한 내용을 선별해, 무가치한 정보를 버리고 유익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의 저장하는 정리가 밤 시간의 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러한 것까지 기억에 담아낼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사람에 따라 꿈의 기억에 차이가 나는 것은 개인별로 천부적(天賦的)으로 물려받은 꿈꾸는 능력의 유전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신체적․육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능력에서 차이가 나듯이, 개인별로 꿈꾸는 능력과 기억하는 능력에 개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후천적으로 운동을 통해 신체적․육체적인 요인을 향상시킬 수 있듯이, 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선이나 명상 등 내적인 정신수양과 상상력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꿈꾸는 능력을 계발하거나 꿈의 기억을 향상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창의적인 활동이 없는 사람들이며, 시공간 인지 능력에서 뒤떨어지고 있었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역(逆)으로 참고할 만하다. 우리가 꿈을 잘 꾸고 잘 기억하려면, 창의력을 키우고 시공간 인지능력을 기르는데 관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거미가 거미집을 짓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다. 어디 거미뿐이랴.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생존을 위한 그 나름대로의 특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지켜보기 바란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에게, 신이 내린 최대의 선물이 바로 꿈의 세계로, 우리 인간이 꿈꾸는 능력 또한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며, 그러한 꿈의 기억 여부도 중대함의 여부에 따라 전 자동적으로 조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의 세계는 7감(七感)의 세계라 할 수 있는 우리의 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달나라에 가기 이전에, 우리 인체의 뇌의 신비를 밝혀내는 연구가 행해진다면, 더 한층 올바른 꿈의 메커니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